창원시는 9구단인 NC 다이노스가 입성만 한다면 '간'도 '쓸개'도 빼주겠다며 호기를 부렸다.
하지만 2년도 되지 않아 말을 싹 바꿨다. 기존 호언장담은 정치적 야합에 묻혔다.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2년동안 착실히 1군 진입을 준비하고, 지역민 밀착형 마케팅으로 신생구단의 좋은 선례를 써가고 있던 NC로선 황망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NC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일까? 일단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창원시가 제대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NC가 원한다면 언제든 연고지 이전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키는 NC가 쥐고 있는 것이다.
최근 10구단 선정 과정에서 수원과 전북이 치열한 대결을 펼쳤듯 프로야구단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자체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일단 경쟁에서 탈락한 전북 지역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북은 전주월드컵경기장 옆에 새로운 야구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이후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NC가 마산구장에서 3년 정도 머문 후 옮겨갈 수 있다. 다만 예전 현대가 서울 입성을 준비하며 중간 기착지로 수원을 활용할 때, 수원시민들은 언젠가 떠날 팀에 전혀 정을 주지 않았다. 성적에서는 최상위권이면서도, 관중 동원 측면에선 늘 최하위를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다. NC가 전북으로의 이전을 기정사실로 하고 마산구장에 머물 경우 과거의 나쁜 사례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이나 포항뿐 아니라 수도권의 1~2개 지역도 프로야구단 창단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군 경기를 할 수 있는 야구장이 없기에, 전북과 마찬가지로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
그래서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서울 고척돔구장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서울시는 지역을 연고로 하는 LG, 두산, 넥센 등 3개팀 가운데 1개팀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한 바 있다. LG와 두산은 물론 5년간 목동구장에서 공을 들였던 넥센조차 이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따라서 NC가 입성할 조건은 충분하다. 입지 조건이 좋지 않지만 적어도 통합 창원시보다는 10배 이상의 많은 인구를 배후에 가지고 있다. 하프돔이기는 하지만 다른 구장과의 차별성도 있다. 고척돔을 활용해야 하는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기존 지역 팀들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NC의 서울 입성을 받아들일 수 있다.
창원시가 이번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경우 NC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결정에 돌을 던질 야구팬들은 없다. 반면 창원시는 굴러온 복을 발로 차버린 신의없는 지자체로 전락하게 됐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