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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폭탄' 맞은 박지성, 위기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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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32)은 지난 10년 간 유럽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아시아 선수였다. 팬들의 사랑은 응원가에서 드러났다. '박지성 응원가'는 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 시절(2003~2005년) 처음으로 등장했다. '위~송빠레'(박지성의 이름을 네덜란드어로 발음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힘을 북돋는 노래가 탄생했다.

2005년 여름, 맨유로 둥지를 옮겼을 때도 '박지성 응원가'가 제작됐다. 일명 '개고기송'이었다. 박지성이 골을 넣거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유린할 때 '개고기송'이 울려퍼졌다. 또 벤치에 앉아 있는 그를 그리워할 때도 이 노래가 어김없이 나왔다. 맨유 팬들은 박지성이 방출설에 휩싸였을 때도 노래를 만든 바 있다. 'Don't sell my park(박지성을 팔지 말라)'이라는 제목에서 박지성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박지성 응원가' 제작은 쉼표가 없다. 맨유에서 QPR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이번 시즌에도 제작됐다. 영국 런던의 아마추어 그룹인 '발코니 셔츠 밴드'가 만들었다. 박지성이 뛰었던 클럽을 언급하며 QPR에서 최고의 인생을 보내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현실은 팬들의 바람과 달랐다. QPR에서 박지성의 인생은 순탄치 않다. 시즌 초반에는 경기력 저하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무릎 부상도 겹쳤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자신을 영입했던 마크 휴즈 감독이 경질됐다. 최근에는 주장 완장도 빼앗겼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해리 레드냅 감독은 수비수 클린트 힐에게 주장직을 맡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7일(한국시각) 이중 폭탄을 맞았다. 홈 팬들과 감독의 신뢰를 동시에 잃었다. 박지성은 3부 리그 밀턴 케인스 돈스(MK 돈스)와의 2012~2013시즌 FA컵 32강전에 선발 출전, 후반 22분 스트라이커 보비 자모라와 교체될 때까지 67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왼쪽 윙어로 기용된 박지성은 경기 초반 적극적으로 골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전반 4분 만에 아르망 트라오레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0-1로 뒤지자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공격에 무게를 뒀다. 전반 11분 시도한 슈팅은 상대 수비수에 걸렸다. 전반 17분 날린 슈팅도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아쉬웠다. 그러나 QPR이 계속 실점하면서 흔들리자 박지성은 수비로 무게를 옮겼다. 그럼에도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전반 40분과 후반 5분, 후반 11분 내리 세 골을 내줬다. 이후 레드냅 감독은 팀의 골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 후반 22분 박지성 대신 자모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첫 폭탄이 터졌다. 홈 팬들은 교체를 위해 사이드라인으로 뛰어나가는 박지성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주장 박지성은 유일한 교체선수였다.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순간 홈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QPR captain Park Ji-sung was the man that made way and was jeered off the pitch by the home fans)'고 전했다. 박지성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었다. 팀이 0-4로 뒤지던 상황이었다. 특히 이날 대부분 주전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주장' 힐은 후보 명단에 포함됐다.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동료들을 이끌었다. 그러나 터무니없이 부진한 경기력에 대한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두 번째 폭탄은 경기가 끝난 뒤 터졌다. 레드냅 감독이 박지성의 이름을 대놓고 언급,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레드냅 감독은 "나는 자신들이 뛰어야 한다고 내 방문을 두드리는 선수들보다 더 잘한다고 믿고있는 이름 값을 가진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름 값이 있는 선수들은 내가 QPR에 와서 9가지 변화를 시도했는데 그 찬스를 날려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나는 MK 돈스에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었다. 내가 기용한 박지성, 파비우, 에스테반 그라네로 등과 같이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데려온 선수들 좀 보라"며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오늘 보여준 결과와 플레이가 많은 물음의 답이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나는 그 답들을 알고 있다. 확실한 선수들을 뽑는 것을 원하는 이들에게 답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위기의 계절이다. 올 겨울은 박지성에게 더 춥기만 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