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이 17년간 섰던 타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홈런, 한국시리즈 우승 등 화려한 때를 말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재홍이 꺼낸 장면은 팬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는 대타로 나갔을 때였다.
바로 2010년 10월 1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었다. 당시 박재홍은 선발라인업에서 빠져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2-3으로 뒤진 5회말 2사 만루의 찬스에서 삼성 선동열 감독이 오승환을 내자 박재홍은 자신이 대타로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내가 오승환 공은 자신있었고, 칠 수 있다는 생각에 타석에 서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고 박재홍은 회상. 그러나 5회말 밖에 되지 않았고 김강민의 타석이었기에 박재홍이 대타로 나온다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SK 감독이었던 김성근 감독은 타임을 요청하고 박재홍을 대타로 냈다. 박재홍은 오승환과의 승부끝에 동점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이후 김재현의 안타로 SK는 역전했고 1차전을 승리하면서 4연승으로 삼성을 누르고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박재홍은 "그때 볼넷으로 오승환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우리가 역전승을 할 수 있었다"면서 "비록 포볼이었지만 정말 간절하게 바랐던 상황에서 대타로 나간 것이 지금도 가슴에 남는다"라고 했다.
가장 화려했던 장면으로는 처음 30-30클럽을 달성했을 때를 꼽았다. 데뷔 첫해인 96년 9월 3일 잠실
LG전서 3회 1사 1,3루서 상대선발 김용수의 초구를 통타해 좌월 스리런 홈런을 날려 30번째 홈런을 기록해 32개의 도루와 함께 프로야구 최초로 30-30클럽에 가입했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