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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수가 없는' 이상화, 세계신기록마저 넘었다,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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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에서는 더 이상 적수가 없다.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가 세계신기록마저 새로 썼다.

이상화는 21일(한국시각)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2012~201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6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 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80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1월 위징(중국)이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 작성한 세계 기록(36초94)을 1년 만에 무려 0.14초 앞당긴 새로운 신기록을 작성했다. 여자 선수 중에서 사상 처음으로 36초90의 벽을 넘었고, 36초70대 진입도 바라보게 됐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이규혁(서울시청) 이강석(의정부시청) 등이 세계 기록을 세운 바 있으나 여자부에서 세계 기록을 세운 것은 이상화가 처음이다. 이상화는 이날 우승으로 이 종목 월드컵 8연속 금메달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 초반 부진과 딴판이다. 이상화는 2010년 말 발목부상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11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과 독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동메달과 은메달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이상화는 올시즌 엄청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시즌 월드컵 대회 8연속 금메달은 이상화가 처음이다. 예니 볼프(독일), 위징, 왕베이싱(이상 중국) 등 그동안 선의의 경쟁을 벌이던 맞수들은 이상화의 질주에 눌려 아직 금메달 구경도 해보지 못했다. 이상화는 월드컵포인트도 800점 만점으로 2위 볼프(481점)를 크게 앞지르며 시즌 종합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이상화의 전성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당시 58㎏이었던 체중을 2~3㎏가량 줄였다. 대신 근력은 늘렸다. 허벅지 둘레가 밴쿠버 때보다 1인치 이상 늘어난 23인치다. 군살은 줄이고 근육을 키워 단거리에 능한 스프린터로 거듭났다. 2010년 초반 100m 기록이 10.4초 대에 머물렀지만 올시즌 실전에선 10.31초, 연습 최고기록은 10.2초 대까지 내려갔다. 실제로 이상화는 주 종목인 500m에서는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나 1000m에서는 세계 정상권과의 기록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기술적으로도 스트로크의 수를 늘렸다. 통상 일반 선수들이 10번 정도 할때 이상화는 12번을 교차한다. 당연히 추진력이 좋아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스케이트장 환경도 한 몫을 했다.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는 지난해 연말 "이상화가 조만간 세계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유는 월드컵 6차대회가 열린 캘거리와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미국 솔트레이크의 특성 때문이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은 해발 1034m에, 솔트레이크시티 오벌은 해발 1425m의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고지대는 상대적으로 공기 밀도가 낮아 저항을 덜 받고 질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결과 팀추월을 포함한 14개 남녀 주요 종목 신기록 가운데 7개가 캘거리에서, 7개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나왔다. 여기에 캘거리는 기름을 바른듯 최상의 빙질 상태를 자랑한다. 빙질 상태에 따라 최대 0.8초의 기록 단축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있다. 캘거리는 빙질을 유지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실내 온도인 15~16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최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상화의 마음가짐이다. 이상화는 "욕심을 비웠다. 노린다고 다 되는게 아니더라.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니까 몸상태도 좋아졌다. 노력만이 살길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새기게 됐다"라고 했다. 이상화의 목표는 역시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이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서 아시아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500m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이상화는 2연패의 신기원에 도전한다. 그녀는 "2013년은 올림픽 시즌이다. 늘 해왔던 것처럼 준비해서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뱀의 해, 뱀띠인 그녀의 비상을 기대해보자.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