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나이키로 바꾼 뒤 성적이 엉망이다.
클럽 교체가 얼마나 큰 모험인지 다시 한번 입증됐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코리언 영건' 노승열(22)은 2013년 시즌을 앞두고 클럽을 교체했다. 이들은 나이키로부터 엄청난 금액을 받으며 계약했다. 매킬로이는 세계랭킹 1위에 걸맞는 대우를 받았다. 계약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10년간 최대 2억5000만달러(약 2636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매킬로이는 이 대가로 골프클럽 14개와 볼, 의류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이키를 사용하기로 했다.
미국프로골프투어(PGA) 투어 2년차인 노승열 역시 시즌 첫 대회를 앞두고 나이키와 3년간 계약했다. 노승열은 클럽, 공, 의류 등 모두 나이키 제품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연간 10억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중에선 가장 많은 금액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은 나이키 용품을 들고 나온 첫 대회에서 쓴맛을 봤다.
매킬로이는 지난 19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유럽투어 아부다비 HSBC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컷오프'라는 수모를 당했다. 이틀동안 6오버파 150타를 쳤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조'였다. 드라이브샷, 아이언샷, 퍼팅 모두 망가졌다. 샷의 방향은 '산탄총'처럼 날아갔다. 스핀량에 따라 만들어지는 구질도 좋지 않았다. 퍼팅까지 흔들리자 첫날은 나이키 메소드 퍼터를 사용했지만 둘째날은 기존에 사용하던 스카티 카메론 퍼터를 들고 나왔다.
이 대회에서 2년 연속 준우승한 매킬로이는 나이키로 바꾼 뒤 컷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노승열 역시 나이키 용품으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노승열은 시즌 첫 대회로 출전한 PGA 투어 휴매너 챌린지에서 3라운드까지 합계 5언더파 211타에 머물러 컷오프됐다. 노승열도 나이키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장기인 드라이브샷 장타력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페어웨이 적중률은 40%대, 그린 적중률은 50%대에 머물렀다. 정확성이 크게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똑같이 지난해까지 타이틀리스트 클럽을 사용했다. 부진한 성적에도 이들은 클럽 탓은 하지 않았다. 대신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타이거 우즈(미국)도 똑같은 경험을 한 바 있다. 우즈는 지난 2000년 나이키와 계약한 뒤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거액을 들인 나이키로선 속이 타 들어갈 노릇이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