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한파에 어른들은 몸이 움츠러들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친구들과 눈사람을 만들며 눈싸움을 하거나 빙판길에서 아슬아슬한 슬라이딩을 즐기곤 한다.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하지만 미끄럽고 딱딱한 빙판길에서 넘어져 낙상사고가 많이 발생하고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응급 처치법과 주의할 점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소아정형외과 김하용 교수와 응급의학과 박경남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아이들의 골절, 성장판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골절 : 골절이란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진 것을 말한다. 성인의 경우 심한 타박상이나 뒤틀림 등에 의해 골절이 발생하지만 아이들의 뼈는 가벼운 충격에도 곧잘 부러진다. 이때 아이들의 뼈는 약간 굽어지거나 겹쳐져 있어도 잘 붙으며 정확한 교정이 되지 않아도 자라면서 저절로 교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술보다는 석고고정 등으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골절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을지대학병원 소아정형외과 김하용 교수는 "아이들이 주로 다치는 부위는 넘어지는 순간 짚게 되는 손목 주위와 팔꿈치, 발목 주위 등인데 이 뼈들의 양 끝에 성장판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이 성장판을 다치게 되면 자라면서 심각한 성장장애를 일으키거나 기형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니 가벼이 넘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성장판 손상으로 인해 변형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해줘야 한다. 이미 발생한 성장판 손상은 성장이 멈춘 부위를 제거해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변형이 있으면 교정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염좌 : 흔히 '삐었다'고 표현하는 염좌는 신체의 관절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움직여 그 관절에 붙어 있는 인대나 관절을 싸고 있는 관절낭 등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관절에 손상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염좌는 아이들이 장난하거나 운동하다가 또는 돌발적 사고로 손가락이나 발목 또는 무릎, 팔꿈치, 어깨 관절 등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전 체중을 지탱하는 발목 관절과 상대적으로 많이 쓰는 어깨 관절은 다른 부위보다 더 쉽게 염좌가 일어날 수 있다. 그 정도에 있어서도 가벼운 것으로부터 중증인 것까지 다양해 골절과 구별하기 어렵다.
▲탈구 : 아이들이 놀다가 '팔이 빠졌다'고 하는 상태를 가리키며 흔히 어깨와 팔꿈치, 다리, 턱, 손가락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는 관절 속에 들어 있는 뼈의 머리 즉, 골두부를 갑자기 세게 밀고 당기거나 비틀 때, 관절 속에서 뼈가 벗어나는 것을 일컫는다. 이때 손상된 관절 주위에 있는 인대나 근육, 관절낭 등을 포함한 다른 조직들이 동시에 손상될 수 있다.
관절이 탈구되면, 염좌와 같이 관절을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탈구된 관절은 염좌된 관절보다 더 심하게 붓고 통증도 심해 손발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때에는 먼저 얼음찜질 등으로 손상 부위를 차갑게 해준 뒤, 움직이지 않도록 붕대와 삼각건 등으로 고정한 다음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손상부위 함부로 만지면 악화될 수도
염좌와 탈구, 골절은 서로 구별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염좌와 탈구의 경우에도 작은 골절이 함께 생긴 경우가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통한 올바른 처치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뛰어놀다가 다치게 되면 일명 'RICE' 기법의 순서로 응급조치를 한다. 우선 안정을 취하고(Rest), 얼음찜질을 하며(Ice), 상처를 압박하여 지혈을 하고(Compression), 환자를 눕히고 심장보다 높게 상처를 들어 올려서 출혈과 부종을 감소시키는(Elevation) 것이다.
베개나 담요 또는 판자 등으로 손상된 관절 부위와 그 주위의 성한 신체 부위까지 넉넉하게 부목을 대고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통 사고 등의 돌발적인 사고로 아이가 크게 다쳤을 경우에는 의사나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손상된 관절을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을지대학병원 응급의학과 박경남 교수는 "되도록 처음 발견했을 때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게 하고 환자를 함부로 옮기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비전문가가 함부로 만지면 부분파열의 정도가 완전파열로 악화될 수 있으며 자칫 뼛속 깊이 숨어있던 혈관이나 신경조직들까지도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돌발사고 발생 시 10가지 행동수칙
1. 당황하지 않는다
2. 부상과 질병의 정도를 냉정하게 판단한다
3. 환자를 안정시킨다
4. 정확하지 않은 치료는 하지 않는 게 좋다
5. 의식이 없을 때에는 음료를 주지 않는다
6. 의식이 없을 경우 아래턱을 들어올려 기도를 확보한다
7. 보온에 주의한다
8. 계속적으로 환자를 격려한다
9. 이동할 경우 손상된 부위는 최대한 고정시킨다
10. 응급의료기관이나 119에 전화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