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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지-기성용, 팀도 선수도 모두 지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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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유럽 땅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태극 전사를 꼽자면 단연코 기성용을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 축구의 허리를 책임지는 이 선수는 스코틀랜드 땅을 거쳐 지난여름 EPL에 다다랐고, 한 단계 더 높은 무대에서도 자신의 능력이 통하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부상으로 오래 쉰 기간도 없었으며, 특별한 일이 없고서야 항시 출장이 보장되었던지라 매주 주말 밤마다 한국 축구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데엔 일등공신이었다. 다만 스포트라이트의 지분율이 높았던 만큼, 선발 명단에서 이름 석 자가 빠지기라도 한다면 어김없이 고개를 빼드는 '위기설'과 부딪혀야 하기도 했다.

불과 한 달 전보다 선발 출장 횟수가 부족해진 것도, 경기력이 떨어진 것도 맞다. '승승장구'와 같은 긍정적인 수식어구는 종적을 감추었다. 동일 포지션 자원인 어거스틴이 기회를 잡아갔고, 대신 기성용이 벤치에 앉아 옆 선수와 대화를 나누는 어색한 장면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교체 투입됐을 때의 플레이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었다'는 식의 칭찬을 받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그렇다고 이 선수에게 '위기'라는 단어가 어울린다는 것은 아니다.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해 벤치만 달구다 다른 팀을 찾았다면 모를까, 올림픽-월드컵 최종 예선-EPL까지 소화하며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뛴 그에겐 잠시 쉬어가는 때도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성용만 허덕이는 게 아니란 데 있다. 스완지 팀 전체적으로도 죽을 맛이다. 최근 열흘 동안 연이어 열린 스완지의 경기들을 지켜봤다면 분명 공감하지 않을까. 짧은 패스의 향연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던 스완지는 최근 들어 다소 어이없는 패스 미스도 범하곤 했는데, 이것이 곧 '지쳤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이는 85.4%로 EPL 상위 4위에 오른 스완지의 패스 성공률이 최근 5경기(토트넘전 81%, 맨유전 79%, 레딩전88%, 풀럼전 73%, 애스턴 빌라전 79%)에서 하향 곡선을 그렸다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패스'와 '움직임'이 조화를 이뤄야 할 '스완지 스타일'은 점점 고유의 빛깔을 잃어갔고, 어쩔 수 없이 대안으로 나온 개인 돌파나 롱패스는 그리 큰 재미를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데 구즈만-브리턴-어거스틴을 번갈아 기용했던 라우드럽 감독은 기성용에게도 매 경기 30~45분 정도의 시간을 할당했기에 혼자 한두 경기를 푹 쉬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박싱 데이를 거치며 해당 시즌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 EPL 대부분의 팀에서 나타나는 '과부하'의 현상에서 스완지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얇디얇은 선수층 탓에 비슷한 선발 라인업으로 넉 달 이상을 버텨온 팀들이 많은 만큼 체력적으로 펄펄 날고 있는 선수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도 최근 EPL의 실정 중 하나다. 탄탄한 선수층을 바탕으로 로테이션을 꾸준히 준비해온 최상위권 팀이라면 모를까, 웬만한 팀이라면 가히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지탱해낼 재간이 없다.

이번 주말 FA컵 일정을 소화한 뒤엔 대다수 팀들이 지긋지긋한 주중 경기를 당분간 쉬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스완지의 혹독한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아무리 힘들어도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강렬히 원하는 팀 사정 상 첼시와의 캐피탈원컵 4강 일정에 공을 적게 들일 수도 없다. 이 와중에 에버튼, 선더랜드와의 리그 경기도 깨알같이 잡혀 있어 체력적으로 처지는 현상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맞을 1월 한 달이 올 시즌 농사를 결정지을 '최대 고비'가 될 전망, 지칠 대로 지친 형국에 폭삭 가라앉느냐, 끝내 원하는 바를 쟁취하느냐, 그 결과가 궁금하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