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예고돼 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떠난다고 했다. 반환점을 돈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은 6월 막을 내린다. 최 감독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후 화려한 퇴장을 꿈꾸고 있다. 그는 친정팀인 전북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선물한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공식적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최강희 감독님이 본선 진출을 이끌 경우 월드컵까지 맡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최 감독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중심 추가 이동하고 있다. 차기 A대표팀 감독, 그 열쇠가 홍 감독에게 넘어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극비리에 홍 감독에게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들에 따르면 홍 감독도 심사숙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브라질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강희호는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조 2위(승점 7·2승1무1패)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선두 우즈베키스탄(승점 8·2승2무1패)과의 승점 차는 1점이다. 3, 4위 이란과 카타르도 2승1무2패로 한국과 같은 승점 7점이다. 골득실차에서 순위(한국 +5, 이란 0, 카타르 -2)가 엇갈려 있다.
안갯속이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은 높다. A대표팀은 2월 6일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을 통해 한 차례 전력을 점검한 후 최종예선에 재돌입한다. 3월 26일 카타르와의 5차전에 이어 6월 4일, 11일, 18일 각각 레베논, 우즈베키스탄, 이란과 6~8차전을 갖는다. 대진상 한국이 키를 쥐고 있다. 남은 4경기 가운데 레바논전을 제외한 3경기를 홈에서 치른다. 최종예선에선 각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3위는 플레이프를 거친다. 카타르에 이어 원정에서 레바논을 잡는다면 브라질행은 현실이 된다. 최 감독은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선수들이 월드컵 출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판을 깔아놓으면 모두가 제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대안이 아닌 최적의 모범답안이다. 1월 28일 제52회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기다리고 있지만 누가 되든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지난해 런던올림픽 동메달 세대가 주축이다. 박주영(셀타비고)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선수들이 그의 그늘에 있다. 리더십은 특별했다. 올림픽 동메달 신화는 운이 아니었다. "난 너희들을 위해 항상 등 뒤에 칼을 꽂고 다닌다. 너희들도 팀을 위해 등 뒤에 칼을 하나씩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는 늘 맨앞에서 선수들을 이끌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감독이 책임진다는 철학을 담았다. 선수들은 오로지 목표를 향해서 뛰었고, 해피엔딩을 연출했다. "명보야, 니가 짱먹어라." 호텔 게시판에 '친근한 어투'의 찬사를 남긴 기성용의 말은 무늬가 아니었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도 없었다. 개인보다는 팀, 기량보다는 정신력이 우선이었다. 자율 속에 엄격한 룰이 존재했다.
홍 감독은 이달 중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러시아 안지로 지도자 연수를 떠난다. 안지의 전지훈련 장소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2011~2012시즌 러시아 리그는 5월 막을 내린다. 시기가 절묘하지만 대표팀 감독을 염두에 둔 행보는 아니다. 홍 감독은 올림픽 직후 이미 유럽 연수 계획을 세웠다. 한걸음 더 내딛기 위한 배움의 필요성을 느꼈다.
브라질월드컵의 구도는 사실상 그려졌다. 유일한 해답인 홍 감독의 결정만 남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