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똑같이 부상병들이 속출한 KT와 KGC. 양팀이 그 어느 때보다 참혹한 상황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그렇게 펼쳐진 '부상병동' 전쟁에서 승리한 팀은 KT였다.
KT는 3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와의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 75대62로 완승을 거뒀다. 2연승을 달린 KT는 12승15패가 되며 삼성, 오리온스와 함께 공동 5위 자리에 나란히 서게 됐다. 반면, 시즌 최다연패인 5연패에 빠진 KGC는 13승14패로 5할 승률이 무너지며 LG에 공동 4위 자리를 내줬다.
양팀 모두 부상 선수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태였다. KT는 서장훈이 무릎 부상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왼 무릎에 물이 차 한국농구위원회(KBL)에 정식 신고를 하고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다. 당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서장훈 뿐 아니라 센터 브라이언 데이비스 김현민, 포워드 김도수 임종일, 가드 김현수 박성운마저 부상으로 낙마했다. 전 감독은 급하게 2군에 있던 장재석을 1군에 콜업했다. 데이비스의 대체 선수인 테렌스 로버츠가 이날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KGC는 더 처참했다. '괴물센터' 오세근이 일찌감치 시즌아웃 된 가운데 센터 김일두, 김민욱이 모두 부상을 당했다. 포워드 김성철, 가드 은희석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전 포워드 양희종까지 1일 전자랜드전에서 허리를 삐끗하며 이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KT 전창진 감독이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선수가 외국인 선수 2명 포함 10명 뿐"이라며 혀를 찼는데 KGC 이상범 감독은 "우리는 9명"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경기 전 "양팀 모두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져 외국인 선수 싸움이 될 것 같다"는 전 감독의 말이 그대로 들어맞은 경기였다. 2쿼터를 마친 후 양팀의 스코어는 40-28 KT의 리드. KT 제스퍼 존슨이 KGC 후안 파틸로를 압도한 결과였다. 두 사람의 최종 성적은 존슨 30득점 13리바운드, 파틸로 25득점 11리바운드로 비슷했지만 영양가가 달랐따. 존슨이 파틸로와의 초반 기싸움에서 승리를 거두며 KT는 경기를 편안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 파틸로는 승부가 이미 기울어진 상황에서 올린 득점과 리바운드가 많았따.
또 하나의 차이는 바로 2군의 힘이었다. 전 감독은 경기 전 "장재석의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서장훈, 김현민이 모두 빠진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불렀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장재석은 왜 그런 걱정을 하느냐는 듯 골밑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성적은 6득점 6리바운드 3블록슛으로 평범했지만 중요한 순간 천금같은 리바운드를 여러 차례 따내고 블록슛을 성공시키며 상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2군이 없는 KGC는 선수난에도 불구하고 불러올릴 선수가 없어 설움을 느껴야 했다.
마지막 승부가 갈린 포인트는 신인가드들의 맞대결 결과였다. KT는 이날 주전 김현수 대신 코트에 들어선 김명진이 13득점 4리바운드 6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하는 깜짝 활약으로 승리에 큰 공헌을 했따. 반면, KGC 김윤태와 이원대는 각각 4득점,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