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삼성)-이대호(오릭스)-김태균(한화)의 최강 멤버가 처음으로 모였다. 이들이 오는 3월에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어떤 힘을 보여줄지 팬들의 관심이 높다. 봉중근 류현진 김광현 등 주축 투수들이 부상 등으로 뛰지 못하게 돼 마운드의 약화가 우려되기에 타선에 대한 기대, 특히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의 중심타자의 한방을 바라게 된다.
이들의 국가대표로 활약은 컸다. 이승엽은 '합법적인 병역 혜택 브로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쟁쟁한 활약을 펼쳐왔다. 김태균은 2009년 WBC 일본전서 마쓰자카에게서 호쾌한 홈런을 터뜨려 당시 참가하지 못한 이승엽의 공백을 메웠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대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일본전서 장쾌한 투런 홈런 등을 날리는등 호쾌한 타격을 선보였었다.
그런데 이 3명이 동시에 대표팀에서 함께 뛰어본 적은 없다. 2006년 WBC에서는 이승엽 김태균이 출전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때는 이승엽과 이대호, 2009년 WBC에서는 이대호와 김태균이 참가를 했다. 서로 엇갈린 시기가 있었던 것. 이번 WBC에서는 시대를 대표하는 강타자가 모두 모였으니 기대를 해봄직하다.
문제가 있다. 이들 셋이 모두 1루수이기 때문에 포지션이 겹친다는 점이다. 1명을 지명타자로 돌려도 1명이 결국은 벤치에 남게된다. 1루수와 지명타자 외에 다른 포지션으로 출전시키는 것도 힘들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데뷔 후 1루만 지켰고, 이대호는 3루수를 한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1루수로만 출전했다. 또 3루에는 최고의 수비를 보여주면서 장타력도 겸비한 최 정(SK)이 버티고 있다. 현재로선 2명이 선발로 출전하고 1명은 경기중 대타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셋 모두 누가 선발로 경기에 나가든지 관계가 없다고 말을 한다. 오히려 양보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소속팀이 아닌 국가대표로 모였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은 선수가 출전해서 승리를 하도록 도와야 하고 팀이 이길수만 있다면 누가 경기에 나가든 상관없다는 것이 이들의 뜻이다. 셋 다 해외 무대에 진출을 했기 때문에 자신이 WBC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개인적인 욕심을 챙길 이유도 없다.
그러나 벤치를 지키는 경기가 많아지는 선수가 기분이 좋을리는 없다. 일본에 진출해서도 모두 다 주전 1루수에 4번타자를 맡았던 선수들. 당대의 대표 타자인데 선발로 뛰지 못하고 벤치를 지킨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게 된다. 이들의 존재가 서로에게 자극이 돼서 WBC에서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들의 기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김태균과 이대호 중 한명을 붙박이로 기용하고 상대 투수에 따라 오른손과 왼손 이승엽을 출전시키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고, 이승엽이 붙박이 1루수로 나서고 이대호와 김태균이 번갈아 지명타자로 나설 수 있다. 모두의 컨디션이 좋다는 가정하에 이들에 대한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경기마다 2명씩 선발 출전시키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한국대표팀 류중일 감독의 구상에는 이들 세명에 대한 교통정리가 얼마나 됐을까.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느냐와 함께 대표 타자 세명이 벌이는 선의의 자존심 대결도 볼만한 이번 WBC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