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돌아왔다.
QPR(퀸즈파크레인저스)의 박지성(32)이 부상 복귀를 신고했다.
박지성은 3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벌어진 2012~201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첼시와의 원정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에스테반 그라네로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짧은 시간이었다. 박지성은 경기장 시계가 멈춘 뒤 인저리타임 3분을 소화했다. 해리 레드냅 QPR 감독은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시간을 벌고 마지막 추가시간을 버텨내기 위해 박지성의 투입을 택했다. 그라네로의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졌음을 간파했다.
박지성의 부상 복귀 가능성은 '반반'이었다.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다. 해외 언론들은 박지성의 첼시전 부상 결장을 예상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박지성이 조세 보싱와, 보비 자모라, 네덤 오누오하 등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과 함께 첼시전에 결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상, 재활 정보에 관해 공신력이 있는 영국의 '피지오룸닷컴'도 결장을 전망했다. 박지성의 복귀시점을 아직 미정(no return date)으로 못박았다. 첼시전을 위한 몸 상태 테스트(Late Fit Test)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레드냅 감독마저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이 훈련에 복귀했지만 출전은 불투명하다"고 했다.
반면, 희망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과 텔레그라프는 박지성의 출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데일리 메일은 22명의 예상 스쿼드에 박지성의 이름을 올렸다. 텔레그라프는 출전 가능성이 있는 '테스트(Test)' 카테고리에 박지성을 넣으며 복귀 가능성을 점쳤다. 2013년의 첫 날에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가 "박지성의 복귀가 임박했다"고 스포츠조선에 알려왔다.
박성종씨의 말대로였다. 박지성은 첼시전에서 벤치에 앉았다. 박지성은 지난달 2일 애스턴빌라전 이후 사라졌다. 10월 말 에버턴전에서 다쳤던 왼무릎이 또 고장났다. QPR의 정규리그 첫 승 축제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특히 강등권을 헤메고 있는 팀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박지성은 12월 말까지 재활에 전념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한 달 만에 그라운드 복귀에 성공했다. 부상 부위는 말끔히 회복된 모습이었다.
이변이 연출됐다. 꼴찌 QPR이 4위 첼시를 잡았다. 승리의 드라마를 쓴 주인공은 숀 라이트-필립스였다. 후반 35분 그라네로의 코너킥이 상대 수비수 머리에 맞고 뒤로 흐르자 아크 서클에서 타랍이 잡아 쇄도하던 숀 라이트-필립스에게 연결했다. 숀 라이트-필립스는 강력한 오른발 땅볼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숀 라이트-필립스는 기쁨을 자제하고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전 소속팀에 대한 예우를 지켰다.
QPR은 2013년 첫 경기에서 기분좋은 승리를 챙기면서 강등권 탈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2승7무12패(승점 13)를 기록, 레딩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레딩 -17, QPR -19)에서 뒤져 탈꼴찌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17위 사우스햄턴(5승3무13패·승점 18)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줄였다.
기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강등을 피하기 위해선 남은 17경기 중 9~10경기 이상 승리를 따내야 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무모하진 않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