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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싱데이' 징크스와 태극전사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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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에 사랑이 가득한 크리스마스, 또 다른 혈전의 서막이다.

한 시즌의 운명이 걸린 '박싱 데이(Boxing Day)'가 기다리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권투를 하거나 주먹 다짐을 해서 '박싱'이 아니다. 박싱 데이는 성탄절 다음날인 26일이다. 영국을 비롯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영연방 국가들만이 지정한 공휴일이다.

기원은 영주와 농노가 존재하던 중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주들은 크리스마스 파티가 모두 끝나는 26일이 되면 농노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박스(Box)'가 등장한다. 농노들이 박스를 준비해 가져가면, 영주들이 생필품이나 돈으로 박스를 채워줬다.

영주와 농노가 사라진 근대에 들어 박싱 데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청소부나 우편 배달부와 같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날로 변했다. 요즘엔 '스포츠의 날'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축구와 경마, 크리켓 등 모든 경기가 이날 펼쳐져 팬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1년 내내 쏟아지는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박싱 데이를 필두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두 배의 기쁨을 선사한다. 새해 1월 첫 주까지 사흘마다 경기가 열린다.

박싱 데이 주간은 한 시즌의 반환점이다. 재미난 속설이 있다. 이 기간에 강등권(18~20위)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다음 시즌 2부 리그로 추락한다는 법칙이다. '박싱 데이 주간=분수령'이라는 등식이 존재한다.

지옥여정이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더블 스쿼드'를 구축한 강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다. 반면 약팀은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상대가 강팀이면 한 발 물러설 수 있다. 빈대 잡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

태극전사들도 박싱데이를 준비하고 있다. 24일 맨유전에서 교체 출전한 기성용(스완지시티)은 27일 자정 레딩과의 원정경기에서 주전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라우드럽 감독은 레딩전을 위해 기성용의 체력을 안배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우리는 승점 3점을 얻기 위해 레딩전에 임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승리한다면 승점 3점보다 더욱 큰 것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박지성의 QPR은 웨스트브로미치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도 박지성을 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십(2부 리그)의 이청용(볼턴)은 셰필드 웬즈데이, 김보경(카디프시티)은 크리스탈 팰리스와 일전을 치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