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선물이 걸렸다.'
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서울 SK와 부산 KT의 경기는 여러모로 빅게임이었다.
대표적인 통신 라이벌 대결인 것도 흥미로운데 서울에서 유일하게 펼쳐진 성탄절 스포츠 이벤트였다.
여기에 양팀은 첨예하게 동상이몽을 꾸고 있었다. 일단 SK가 행복한 꿈을 꿨다. 4연승 길목에서 KT를 만난 SK는 올시즌 KT전 3전승에 홈경기 8연승의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홈팬들에게 안겨주겠다고 별렀다.
반면 KT는 3연승을 노리고 있었지만 올시즌 SK 앞에서 약했던 징크스를 깨고 원정경기 4연패에서 탈출하는 게 더 시급했다.
분위기에서는 단독선두를 지키려는 SK가 유리해 보였다. 하지만 정작 이날의 화두인 크리스마스를 놓고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SK는 8년전인 2004년 12월 25일 KT와 처음 대결을 벌여 74대81로 패한 적이 있었다. KT가 탄생한 2003년부터 지난 9년간 이른바 '크리스마스 시즌(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당일)' 실적을 놓고 보면 SK는 2승5패(12월 26일 경기 2회 제외)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에 비해 KT는 2004년 SK전 승리를 포함해 5승4패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기분좋은 선물을 안긴 추억이 많았다. 이날 강호 SK를 상대한 KT로서는 그나마 믿을 구석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크리스마스 선물에 한이 맺힌 SK의 간절함이 더 강했던 모양이다.
SK가 KT를 77대60으로 완파하며 홈팬들에게 짜릿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겼다. SK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승리한 것은 2008년 KGC전 승리(88대81) 이후 4년 만이다.
4연승을 기록하며 19승5패, 2위 모비스(16승7패)와의 승차를 2.5게임으로 벌리며 단독선두를 굳게 지킨 것은 보너스.
올시즌 SK 홈경기 최다관중(8127명)에게 기쁜 선물을 안긴 주역은 팔방미인 가드 김선형(17득점)과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21득점, 7리바운드)였다.
KT 전창진 감독의 우려가 현실화된 경기였다. 전 감독은 경기 전 지난 SK전 2연패때 헤인즈 때문에 고전했던 점을 상기하며 헤인즈를 막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헤인즈는 공격과 수비 활동폭이 넓은 데다, 스피드도 좋아 제스퍼 존슨과 서장훈을 보유한 KT로서는 특히 막기 힘든 상대였다.
이 때문에 전 감독은 경기 시작부터 패기가 넘치는 김현민과 민성주를 번갈아 투입해 헤인즈를 봉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한국농구 경험이 많은 헤인즈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고, KT도 헤인즈 마크맨들이 파울 트러블에 발목을 잡히며 방어능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SK는 3쿼터 초반 헤인즈의 연속 4골(8득점)을 퍼붓는 폭풍쇼를 앞세워 47-26으로 멀찌감치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헤인즈에 앞서 3쿼터를 시작하자마자 연속 4점을 올린 김선형은 대승의 발판을 놓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