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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주류업계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B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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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올 한 해 주류업계에는 여러 가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BLOW).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전국을 휩쓴 폭탄주 바람과 저도 소주의 상승세, 선택의 폭이 한 없이 넓어진 맥주와 위스키의 침체에도 선전한 싱글몰트 위스키 그리고 이른바 화이트 스피릿으로 불리는 보드카, 진 등 무색 주류들의 재발견이다.

▲ Bomb: 폭탄주 전국을 강타

2012년 주류업계는 폭탄주의 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주와 맥주를 혼합한 '소맥'은 말 할 것도 없고, 에너지음료와 리큐르를 섞은 각종 칵테일들이 전 계층에 걸쳐 두루두루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식약청이 만 15세 이상 남녀 20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약 30%인 626명이 지난 1년간 폭탄주를 마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20대가 49.2%로 가장 많았다. 또, 폭탄주를 마셔 본 응답자 중 대다수인 97%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을 마셨다.

소맥의 인기에 따라 주류업계도 앞다퉈 소맥 마케팅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소맥자격증', '소맥타워' 등을 개발해 선보였고, 소주 '참이슬'과 '드라이피니시d'를 섞은 '참이슬d', 저도 소주 '좋은데이'와 맥주 '카스'를 혼합한 '카스데이'와 같은 별칭 붙은 소맥들이 생겨났다.

프리미엄 생수와 위스키를 혼합한 '하이볼'이나 보드카와 크랜베리주스, 소주와 홍초주스 등의 조합이 인기를 얻으면서 생수와 주스의 매출이 덩달아 오르는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 Low: 술술 넘어가는 '순한 술' 여성들 중심 인기몰이

17도 이하의 순한 소주와 5도 안팎의 스파클링 와인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도수가 낮은 순한 소주는 여성들과 젊은 층을 새로운 소비자로 끌어들이면서 서서히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무학의 '좋은데이'는 17도 이하 순한 소주 시장에서 점유율 91.5%를 차지하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13.6% 증가했던 지난 해에 이어 올해에도 상승세를 이어 갔다. 좋은데이의 성장 속에서 소주 시장 매출 3위의 무학은 상반기 한 때 롯데주류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06년 처음 출시했을 때 판매 비중이 0.8%에 불과했던 좋은데이는 이제 무학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성장했다.

지난 몇 년간 침체 일로에 있던 와인 시장 안에서 유일하게 매년 플러스 성장을 했던 스파클링 와인은 여성들의 파티나 브런치 카페에서 가볍게 음료 대용으로 마시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판매량이 더욱 늘었다.

이에 힘입어 롯데주류는 맥주병 형태로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캐주얼 스파클링 와인 '벨라다 모스카토 블랙 라벨'을, 아영FBC는 한국 소비자 입맛을 고려해 도수를 5도에서 3도로 낮춰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 빌라엠의 세컨드 와인 '엠바이빌라엠'을 출시해 재미를 봤다.

▲ Other: 맛과 향으로 고르는 수백 종의 수입맥주, 싱글몰트 위스키

2012년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의 맥주와 위스키, 그리고 다양한 주종의 주류들이 수입된 해였다. 전체 시장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종류 만큼은 수백여 종에 달한다.

불과 2년 전인 지난 2010년 300여종이었던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맥주는 올 해 480여종으로 늘었다. 수입맥주가 인기를 얻자 대형 마트들도 앞다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마시는 술에서 즐기는 술로 변화하고 있는 주류 음용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많은 소비자들이 기존에 마시던 술 이외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고, 독특한 향과 맛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싱글몰트 위스키의 경우 전체 위스키 시장의 계속되는 침체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성장을 계속했다. 맥캘란과 글렌피딕 등이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싱글몰트 코리아와 같은 전문 수입사들이 생겨나 수십 종의 새로운 싱글몰트 위스키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싱글몰트 위스키 판매가 늘면서 이 술만 판매하는 이른바 '싱글몰트 바'도 늘었다. 이곳에서는 '병'단위가 아닌 '잔'으로도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길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싱글몰트 위스키를 가볍게 즐기려는 마니아층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 White: 천대 받던 보드카, 클럽문화 중심으로

위스키로 대표되는 '브라운 스피릿(Brown Spirit)과 달리 무색 투명한 보드카, 진, 럼 등은 '화이트 스피릿(White Spirit)'으로 불린다.

대부분 도수가 40도를 넘고 술 자체로 즐기기 어려워 주로 칵테일을 만드는 재료로 쓰였지만, 바로 이 칵테일이 홍대와 청담동 등지 클럽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핫'한 술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화이트 스피릿의 저렴한 가격도 한 몫 했다. 출고가가 한 병에 2만원 대인 보드카의 경우 클럽이나 바에서도 10만원이 되지 않는 가격에 마실 수 있다.

리큐르의 일종인 '예거마이스터'와 에너지음료를 섞은 '예거밤'이나 럼주에 라임, 민트, 토닉워터를 섞은 모히토는 클럽문화를 상징할 만큼 대표적인 화이트 스피릿 칵테일이다.

'믹솔로지'라 불리는 칵테일 제조기술과 칵테일을 제조하는 전문가를 뜻하는 '믹솔로지스트'도 매니아들 사이에서 사랑 받고 있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