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꽤 많은 연예계 스타들이 백년가약을 맺었다. 특히 개그맨들의, 특히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 출신 개그맨들의 결혼식이 많은 것이 눈에 띄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올해 왜 개그맨들의 결혼식이 늘어났을까. 찬찬히 살펴보면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 연예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개콘' 속 '헬스걸' 코너를 통해 근육질 개그맨으로 이름을 날린 이승윤은 5세 연하의 출판사 에디터와 지난 9월 웨딩마치를 울렸다. 또 '용감한 녀석들'로 큰 인기를 얻은 정태호는 '개콘'의 작가와 6년 열애 끝에 지난 3월 화촉을 밝혔다. 함께 코너를 하고 있는 양선일은 지난 10월 2년 열애끝에 일반인 여성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쌍칼' 역할로 친근한 조지훈도 지난 4월 6세 연하의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DJ변' '까다로운 변선생' 등의 코너를 했던 변기수는 이미 혼인신고를 마친 상태에서 지난 11월 결혼식을 올렸다. 한민관은 지난 9일 회사원과 2년 4개월 열애 끝에 결실을 맺고 경기도 김포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공식 커플로 곧 결혼이 기대되는 커플도 많다. 윤형빈은 지난 12일 '개콘' 녹화 현장에서 프러포즈에 성공하면서 내년 2월 22일로 결혼 날짜를 못박았다. 이밖에도 최효종은 2세 연상의 여자친구와 3년째 열애중이다. 최효종은 "내년 12월정도 결혼하고 싶다"는 말은 한 바 있다. '대세' 김준현 역시 "5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고 밝혀져 결혼 임박설이 돌기도 했다. '달인' 김병만은 사실 예비신부와 올해 초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지난 해 12월 부친상을 당해 날짜를 미룬 상태. 혼인신고는 이미 마쳤고 스케줄만 맞으면 곧장 결혼 준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결혼 러시'라고 말할 정도로 올해 개그맨들의 결혼이 많았다. 그 이유는 몰라보게 성장한 개그맨들의 위상과 관련해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연예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사실 개그맨은 같은 연예계 종사자이면서도 배우나 가수들에 비해 대중들의 관심이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희극 배우라는 말도 있지만 그 이름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그맨을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 '개콘'이 있다. MBC와 SBS의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부활하긴 했지만 아직도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이고 있다. tvN '코미디 빅리그'가 떠오르긴 했지만 '개콘'에 비하면 많이 성장해야하는 단계다. '개콘'은 지난 16일에도 23.7%를 기록하며 일요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웬만한 미니시리즈 드라마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개콘'의 책임프로듀서인 서수민 CP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 좋은 것은 '개콘'의 인기 덕분에 많은 개그맨들이 결혼한 것이다. 개그맨들이 부모님께 떳떳하게 인사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이제 김준현과 박지선만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덧붙여 서CP는 "'개콘'을 맡으면서 원했던 것을 다 이뤘다. 우리 개그맨들은 많은 것을 가능케 해준 사람들이다. 상을 못받아도 감사한 한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그맨들의 결혼러시를 무조건 '개콘'의 성공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섣부른 면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