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경기력으로 실망감만 안겨주던 미국 프로농구 NBA LA레이커스가 서서히 본색을 되찾고 있다. 원조 '판타스틱4'의 재결합으로 추진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LA레이커스는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마이애미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기존 코비 브라이언트와 파우 가솔에다 막강한 골밑 장악력을 지닌 드와이트 하워드, 그리고 정규리그 MVP 2회 수상에 빛나는 최강 가드 스티브 내시(38)까지 팀에 끌어들였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판타스틱 4'라고 불리며 팬의 큰 기대를 불러모았다.
그러나 시즌 개막 이후 LA레이커스는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다. '판타스틱 4'가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까닭이다. 특히 내시의 발목 골절상으로 인해 '판타스틱4'는 그 위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조기에 와해됐었다. 내시는 지난 11월 1일 포틀랜드전에서 왼쪽 정강이가 부러지는 바람에 코트에 나설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LA레이커스는 개막 후 3연패를 포함해 초반 5경기에서 1승4패로 체면을 단단히 구겨버렸다. 결국 마이크 브라운 감독이 경질되기에 이르렀고, 마이크 댄토니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가솔의 야투성공률이 크게 저하된데다 하워드 역시 공격의 활로를 뚫어내지 못했다. 당대 최고의 스타인 브라이언트는 평균득점 선두를 내달리며 팀을 홀로 이끌었지만, 농구는 혼자서 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LA레이커스는 서부콘퍼런스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LA레이커스에도 광명이 비치고 있다. 최근 시즌 첫 4연승을 거두며 서부 콘퍼런스 8강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3승14패로 공동 8위인 미네소타와 유타에 드디어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무엇보다 LA레이커스에 희망적인 소식은 내시가 드디어 긴 부상의 늪에서 벗어나 건재한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내시는 지난 23일(한국시각) 골든스테이트전에서 7주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38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겪은 큰 부상의 후유증이 우려됐지만, 내시는 1차 연장까지 치러진 이날 경기에서 무려 40분54초를 뛰면서 3점슛 2개를 포함해 12득점 9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116-115로 미세하게 앞서던 1차 연장 종료 16.9초 전에 깔끔한 페이드어웨이 슛을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승리로 LA레이커스는 시즌 첫 4연승이라는 기쁨과 함께 '판타스틱4'의 복귀라는 귀중한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영민한 경기 운영능력에 슈팅 능력까지 갖춘 내시가 돌아오면서 브라이언트와 가솔, 그리고 하워드 등 '판타스틱 4'의 나머지 멤버들의 위력이 살아나는 모습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슈팅가드 조디 믹스와 포워드 메타 월드피스의 득점력도 활발해졌다.
아직 LA레이커스의 '부활'을 속단하기는 다소 이르다. 그러나 여전히 시즌 잔여경기수가 ⅔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부활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있다. 내시의 복귀전이 곧 LA레이커스의 시즌 첫 4연승이었다는 점은 그래서 한층 희망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과연 LA레이커스가 초반의 부진을 딛고, 정상을 향해 가속도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