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 내우외환이다. 21일 2008년 출범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휘청하고 있다. 장중 한때 292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을 세웠다. 희망퇴직 규모는 정직원 1400여명 중 50~6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가 나왔다. 무더기 징계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롯데손해보험에 11가지 위법사항을 적발하고 제재했다. 기관에는 과태료 400만원, 과징금 600만원, 임원 1명과 직원 13명에게는 견책과 주의가 주어졌다.
과태료를 받은 사항은 보험상품 공시자료 중 가입설계서의 공시 누락 건이다. 보험회사는 판매상품별 상품요약서, 사업방법서, 보험약관 및 가입설계서(가입을 위한 상품안내 자료를 포함한 가격산출시스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즉시 공시하여야 한다. 롯데손해보험은 2009년 4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프라임비즈니스저축보험 등 5개 판매상품의 가입설계서를 즉시 공시하지 않았다. 롯데손해보험은 금융감독원의 검사 직전인 지난 4월 1일 가입설계서를 뒤늦게 공시했다.
과징금을 받은 위반사항은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이다. '무배당 롯데 성공시대보험' 등 19개 보험상품의 '이륜자동차 운전중 상해 부담보특별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이륜자동차를 소유, 관리하지 아니하고 일회적 사용 중에 발생한 상해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59건에 대해 9800만원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또 장기손해보험 지급준비금을 적게 적립해 보험업법과 보험업법 시행령을 어겼다. 특히 이 과정에서 회사의 경험실적 데이터를 이용한 합리적인 총량추산 모델을 적용해 지급준비금을 추산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는 5%의 샘플 데이터만 사용했다. 이로 인해 81억원여를 적게 계산했다. 이밖에도 보험료 수납업무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것도 제재를 받았다. 보험료는 보험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수납하여야 하고, 보험료 정산 특별약정서에 납입유예기간이 있는 보험계약의 경우 유예기간 내에 보험료를 수납해야한다. 하지만 유예기간이 경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4월부터 올 3월까지 일부 해상보험에 대해 매월 반복적으로 월평균 982건에 대해 유예기간 경과후에 미납보험료를 수납했다.
자동차보험 지급준비금의 적립업무 불철저와 직원에 대한 자체징계업무 불철저 등에 대해서도 지적받았다. 2011년 1월 정직 6개월 징계를 받은 직원이 사직서를 제출하자 징계조치를 하지 않고 2011년 3월 의원사직 처리를 했다. 정직 등의 징계처분은 의원사직 전에 회사 인사위원회의 의결에 의해 우선 조치돼야 한다.
이용자 비밀번호 관리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정보처리시스템 및 전산자료에 이용자의 비밀번호를 암호화해 보관해야 하는데 2012년 4월 이전까지 비밀번호를 암호화 하지 않고 데이터 베이스에 보관했다. 특히 동일숫자, 연속숫자 등 제3자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비밀번호도 등록가능하도록 운영했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징계 내용이 많지만 타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굉장히 약한 수준의 징계다. 이제 제재를 받은 만큼 겸허히 수용, 잘못된 점을 시정할 것이다. 또 웬만한 부분은 이미 수정완료된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은 고객과의 신뢰가 우선이다. 올바른 약관 준수와 적절한 직원관리야말로 믿음을 만드는 근간이다. 이번 제재는 무심코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적절하고 실효성있는 재발방지책이 필수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