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탁구 애호가다. 60~70년대 대세를 이루던 '오른손 펜홀더' 전형이다. 정현숙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당선인이 20대 초반 선수라켓으로 탁구를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운동신경이 좋고 스윙이 제대로다"라고 귀띔했다. 2004년 자신의 미니홈피에 탁구 치는 사진과 함께 "탁구 같이 치실 분 일촌 맺어주세요"라는 글을 남겼고, 2005년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개그맨 김용만과 탁구시범을 보인 적도 있다. 유세기간동안 대학생들과 '이벤트' 혼합복식에서 '똑딱똑딱' 랠리를 주고받을 정도의 숨은 실력을 보여줬다.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1973년 정 전무와 함께 '사라예보의 기적'을 쓴 탁구선수 출신이자 여성 최초로 태릉선수촌장을 역임한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박근혜 캠프의 체육정책을 총괄했다. 선수로서, 지도자로서, 여성엘리트 경기인 출신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노하우를 쏟아부었다. 체육인들의 일자리, 은퇴 이후를 겨냥한 현실적인 공약으로 엘리트 체육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동안 대선 공약에서 소외된 채 '얼굴마담'으로 나섰던 이들은 '스포츠 정책의 주인공'으로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한국여성스포츠회, 대한민국스포츠국가대표선수회, 100인의 여성체육인, 한국엘리트스포츠지도자연합회, 대한장애인선수위원회 등이 일제히 박근혜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엘리트 체육인들은 새벽부터 유세현장을 쫓아다니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만큼 박 당선인에게 거는 스포츠계의 기대가 크다.
박 당선인은 체육 관련부처 강화 및 재편. 체육 예산 증액, 체육 일자리 창출 확대 및 체육 시설 연차적 확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화체육관광부'라는 타이틀하에서 상대적인 소외감에 시달리는 체육인들의 갈증을 반영했다. 체육인들은 엘리트체육, 생활체육, 학교체육, 장애인 체육을 두루 아우르는 스포츠 전문 부처의 탄생을 희망하고 있다. 장애인 생활체육지도자 및 스포츠 강사 파견 확대-장애인 특별 프로그램 운영 등 장애인 체육 정책도 내놨다. 학교체육 강화를 위한 방책으로 초등학교 체육 전담교사 확보 및 중고등학생 1인 1스포츠 연마를 제안했다. 기업의 실업팀 운영 의무 강화, 세제혜택 연장, 종목별 스포츠교실 운영 '문화기업' 설립, 현역 은퇴선수 고용 지원, 태릉선수촌 기능 유지. 태백선수촌 숙소 훈련장 신축, 스포츠 산업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 국군체육부대(상무부대) 인원 확충 및 강화, 체육인 명예의 전당을 포함한 스포츠 컴플렉스 건립 등도 내걸었다.
무엇보다 체육인들의 삶의 질 향상, 일자리 문제해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 의원은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정책이 체육인들의 '일자리'로 귀결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에 체육전담교사를 두고, 기업의 실업팀 운영 의무를 강화하고, 생활체육지도자 및 스포츠 강사 파견을 확대하는 것은 선수들의 은퇴 이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유세 현장에서 "국가대표 생활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지도자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은퇴 후 일정한 교육을 거쳐 체육교사나 생활 체육 지도자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상무 인원 확충 역시 20대에 군대 문제로 인해 원치않게 운동을 그만둬야 하는 남자선수들의 고충을 반영한 정책이다. 군대로 인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지속적으로 펼쳐갈 수 있도록 25개 종목 400명에 불과한 좁은 문을 넓힐 계획이다. 평소 가려웠던 곳을 긁어주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실질적인 정책에 스포츠인들이 마음을 열었다.
이 의원은 "박 당선인은 체육계 상황을 알고 애정을 갖고 있다. 당신이 힘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며 믿음을 표했다. 태릉선수촌장 시절의 일화도 공개했다. 운영예산 부족으로 훈련일수가 105일에 불과하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선수촌에 찾아와 이 촌장을 위로했다. 선수들과 탁구게임을 즐겼다. "당시엔 박 당선인도 천막당사에 있던 시절이다. 훈련일수를 200일까지 늘리는 데는 박 당선인의 힘이 컸다"고 떠올렸다. "세심하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하겠다 마음 먹은 일은 하시는 분"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