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인천 지켜보세요. 올시즌 제주처럼 마케팅으로 대박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전 만난 프로축구연맹 관계자의 말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올해 절반의 성공을 거뒀던 인천은 2013시즌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그라운드에서는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얻었다. 김봉길 감독은 부임 후 강등위기에 있던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강원과의 마지막 경기(1대2 패)에서 패했지만, 19경기(상주전 몰수승 포함·12승7무) 무패행진을 이어가는 등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그룹B에서 선두를 지키며 종합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봉길호의 선전에 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그라운드를 벗어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렸다. 지난 2월에는 2003년 창단 후 처음으로 선수와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기도 했다. 12월에는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후원금이 줄고 창단 때부터 납부를 미뤄오던 축구발전기금 20억 원 등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어 구단이 재정압박을 받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인천은 현재 인천시에 긴급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내년 시즌 전망도 밝지 않다. 인천의 내년 전체 예상 수입과 지출은 모두 156억원이다. 수입 중 광고 후원금이 51%(79억원)에 달한다. 국내외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광고후원금 모금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광고후원금도 작년보다 21%(25억원)가 줄었다. 선수를 대거 팔지 않는 이상 자체 수익금을 올리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나빠진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2012년 문을 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제대로 활용하기로 했다. 다양한 홈경기 계획으로 관중을 유치할 생각이다. 올해 전체 수익금의 3.9%(5억2000만원)에 그친 입장권 판매 수입을 내년도에는 13억원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각 홈경기마다 테마를 지정하고, 관중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해 관중들의 호응을 증대시킬 계획이다. 경기장 외부족으로는 경기장 외곽 프리마켓 사업 등 주변을 활성화시키고, 경기장 내 입주업체 연계를 통한 공동마케팅 진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중소기업 방문을 통한 수입 증대, 장기 수익사업(주유 및 충전소, 레미콘, 골프연습장 등)과 먹거리 사업 등을 수입 활동사업으로 제시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의식의 전환이다. 제주는 올시즌 마케팅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다양한 이벤트로 '축구불모지' 제주를 바꿨다. 제주는 올시즌 전년 대비 45.4% 증가한 평균 6538명의 관중을 끌어들였다. 제주가 올시즌 한 마케팅도 다른 구단도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제주를 달라지게 했다. 인천의 2013년 계획도 마찬가지다. 색다른 이벤트가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절박함에서 비롯된 의지가 구단 전체에 퍼져있다. 우울한 현재에도 희망찬 미래를 노래할 수 있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