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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승엽 연봉협상 미묘한 양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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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과 간판스타 이승엽(36) 사이에서 연봉협상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일종의 양동작전이다. '뺨때리고 어르는' 형국이다.

삼성 구단은 이승엽과의 연봉협상 전망에 대해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순조롭게 잘 진행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승엽은 올해 삼성으로 복귀하면서 순수연봉 8억원에 옵션 3억원의 대우를 받았다.

이같은 삼성 관계자의 발언과 그동안 다른 삼성 선수들의 연봉 인상폭을 종합해 보면 이승엽이 10억원을 돌파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25%만 올려줘도 10억원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또다른 관계자는 "우승에 공헌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인 성적으로 고려하거나 다른 선수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던 이승엽의 기존 연봉 수준을 볼 때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연봉 인상폭이 예상보다 적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승엽은 출전 경기수, 타격 성적 등 옵션 조건을 충족시켜 총액 11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순수연봉으로 치면 연봉랭킹 1위 김태균(한화)에 비해 크게 적은 편이다.

김태균은 최근 동결된 금액인 연봉 15억원에 계약하면서 연봉 랭킹 1위를 유지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승엽이 10억원 대열에 올라설지 관심사로 떠오른 게 사실이다.

이승엽은 올시즌 126경기에 출전해 타점(85점)·득점(84점) 3위, 최다안타 4위(150개), 홈런 5위(21개), 타율(0.307)·장타율(0.502) 6위, 출루율(0.384) 10위의 기록을 남겼다. 한국시리즈에서는 MVP(최우수선수)에 뽑히는 영광도 안았다.

이승엽과 마찬가지로 126경기에 출전한 김태균은 타율 1위(0.363), 출루율 1위(0.474), 최다안타 3위(151개), 장타율 4위(0.536), 타점 6위(80점), 홈런 9위(16개)로 이승엽과 엇비슷한 개인 성적표를 내밀었지만 팀 성적에서는 크게 불리했다.

삼성 구단은 이승엽에 대해 올시즌 통합우승에 공헌한 점은 인정하지만 정규리그에서 구단의 기대치에 미흡했던 부분이 있지 않은지 따져보자는 입장인 듯하다.

이미 충분하게 높아진 몸값으로 대우를 한만큼 그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냈는지에 대해서는 자체 평가잣대에 따라 냉정하게 계산하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삼성은 이승엽을 슬쩍 추켜세우며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작전'도 구사하고 있다. 이승엽의 인간성에 큰 기대를 걸었다.

"심사숙고"를 언급했던 이 관계자가 "이승엽의 평소 성품으로 볼 때 무리한 연봉 인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이같은 '작전'을 엿볼 수 있다.

이승엽이 연봉협상으로 인해 마찰을 빚게 된다는 치부를 표출시키면서까지 구단을 곤란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모양새다.

결국 이승엽의 연봉협상에 대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는 화법에는 연봉 인상폭을 만족시켜줘서가 아니라 이승엽의 양보를 끌어낼 자신이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삼성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그동안 내놓은 연봉협상 결과물을 보면 2년 연속 통합우승에 대한 보상을 섭섭지 않게 베푼 편이다.

18일까지 FA(자유계약선수)를 포함한 재계약 대상 선수 79명 가운데 59명(74.7%)과 재계약을 마치면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에이스 장원삼은 종전 연봉 2억2500만원에서 1억7500만원(77.8% 인상) 오른 4억원에 도장을 찍었고, 조동찬은 1억1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36.4% 인상률을 기록했다. 권오준 또한 1억5000만원에서 3000만원 오른 1억8000만원에 계약했다.

차세대 기대주들도 대박을 건졌다. 사이드암 2년차 심창민은 2400만원에서 150%나 오른 6000만원을 받았고, 진갑용의 뒤를 이을 포수 이지영도 100% 인상된 6000만원에 사인했다.

그러나 이승엽을 비롯해 오승환 윤성환 배영수 박석민 등 간판급 선수들과의 협상에서는 냉정한 잣대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진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3억8000만원을 받았던 오승환이 구단이 제시한 5억5000만원에 선뜻 사인하지 못한 게 신호탄이다. 이 때문에 이승엽의 경우도 오승환 사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승엽이 팀내에서 차지하는 상징적인 비중과 통합우승 과정에서 보여준 숨은 공헌도 등을 생각하면 구단측이 마냥 인색해질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잔여 재계약 선수 가운데 최대어인 이승엽이 과연 어떤 합의점을 도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