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인 프로야구 선수, 코칭스태프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결혼기념일이 12월에 몰려 있다. 종목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된 현상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2월부터 11월까지 연봉을 10개월로 나눠 받는다. 전지훈련과 시범경기, 페넌트레이스, 포스트시즌으로 이어지는 10개월 간은 일정이 빡빡하다.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팀 선수들도 11월에는 보통 마무리 훈련을 한다. 젊은 유망주들은 해외 교육리그에 참가하기도 하고, 일부 팀은 일본 등 해외에 마무리훈련 캠프를 차린다.
12월과 1월이 공식적인 비활동 기간이지만, 보통 해외 전지훈련은 1월 중순에 시작된다. 결혼이 12월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올 12월에는 삼성 최형우와 김희걸, 롯데 김성배와 용덕한, 한화 최진행, 넥센 이보근 등 20명 안팎의 선수가 결혼했다. 그럼 선수들은 선후배의 결혼 축의금 봉투에 얼마나 넣을까.
고액연봉자인 선수나 코칭스태프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고민이 있는 것 같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시즌 중에 취재기자가 최형우 등 결혼을 앞두고 있는 선수를 언급하며 '축의금을 얼마나 할 거냐'고 묻자 "비밀이야, 비밀"이라며 끝내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스포츠조선이 조사를 해본 결과 대략 정해진 금액이 있었다. 1군의 주전급 선수와 일반 코치는 10만원 정도였고, 감독은 30만원선이었다. 물론, 구단 고위 프런트의 축의금 봉투는 더 두툼하다. 결혼하는 선수가 같은 소속팀 인지 여부에 따라 금액이 달랐고, 당연히 친밀도가 영향을 줬다.
한 30대 선수는 "나같은 경우 보통 10만원을 하는데, 가까운 후배가 결혼했을 때 30만원까지 해본 적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선수는 "나이가 어린 저연봉 선수는 5만원 정도를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에게는 축의금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해에 20명 정도의 선수가 결혼을 하니, 빠짐없이 참석을 한다면 대략 1군 주전급 선수의 경우 200만원 정도를 축의금으로 지출하는 셈이다.
선수들의 평균 축의금 10만원은 일반인 평균 금액을 웃돈다. 한 결혼 전문업체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0%가 결혼 축의금으로 5만원을 낸다고 답했다. 3만원이 20%였고, 7만원 이상이 10%였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