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도 7.4, 세상에 없는 원천기술 '양1'은 아껴뒀다. 난도 7.0의 '여2'를 뛰고도 적수가 없었다. '도마의 신' 양학선(20·한체대)은 그렇게 우월했다.
'런던 올림픽 챔피언' 양학선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스카이홀 도요타에서 펼쳐진 도요타컵 국제초청체조대회 도마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시기 16.325점, 2차시기 15.950점, 평균점수 16.137점을 받았다.
1차시기에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일명 양1, 손짚고 앞돌아 몸펴 앞공중 돌며 3바퀴 비틀기)' 기술 대신 난도 7.0의 '여2(손짚고 앞돌아 몸펴 앞공중 돌며 2바퀴반 비틀기)'를 뛰었다. 출국 직전 조성동 남자체조대표팀 감독은 "'양1'의 성공률이 100%에 가깝다"고 귀띔했었다. "어떤 기술을 쓸지는 현장에 가서 참가선수의 면면을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고 했었다. 난도 7.2를 뛰는 북한의 리세광 등 걸출한 경쟁자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 난도답게, 착지에서 위험부담도 높은 '양1'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눈 감고도 뛸 만큼 안정적인 기술로 1차시기에 나섰다. 광주체고 1학년때부터 연마해 몸에 붙은 기술,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선물한 기술 '여2'다. 16.325점의 고득점을 기록했다.
2차시기엔 난도 7.0의 로페즈(스카하라트리플, 손짚고 옆돌아 뒤공중 돌며 3바퀴 비틀기)를 뛰었다. 런던올림픽 '퍼펙트 클린 연기'로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던 바로 그 기술이다. 착지에서 살짝 라인을 벗어나며 0.1점 감점과 함께 15.950점을 받았다. 런던올림픽에서 이 기술로 16.600점을 받았던 양학선 본인에겐 아쉬운 점수였지만, 자신의 1차시기에 이어 참가선수 중 2번째로 높은 점수였다. 1-2차시기 평균 16.137점으로 당당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6점대 점수를 받은 선수는 양학선이 유일했다. 자신의 최고 기술을 쓰지 않고도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위 홍콩의 와이훙(15.825점), 3위 일본의 타구미(15.700점)와의 실력차는 컸다. 런던올림픽 이후 각종 행사, 인터뷰, 시상식에 불러다니며 충분한 훈련량을 소화하지 못했다.도약시 온몸의 체중이 한꺼번에 실리는 도마 종목의 특성상 오른쪽 손목 통증도 심했다. 올림픽 챔피언으로서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비교불가의 우월한 연기를 선보였다. 올림픽 챔피언의 위엄을 과시했다.
양학선은 경기 직후 런던올림픽 '유종의 미'를 거둔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 "올림픽 후 훈련량이 많이 부족했는데 올해 종목별 마지막 경기를 기분좋게 끝내서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내년에는 훈련량을 좀더 늘리고 신기술 계발에 주력해, 정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당찬 각오도 덧붙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