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축제에 박지성(31)은 없었다.
QPR은 16일(이하 한국시각) 풀럼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정규리그 첫 승이었다. 110년 만에 벌어질 대참사는 막았다. QPR은 8월 18일 스완지시티와의 시즌 개막전(0대5 패)부터 16경기 연속 무승에 허덕이고 있었다. 7무9패(승점 7)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미 굴욕적인 기록은 작성됐다. 9일 위건전(2대2 무)에서 EPL 역대 시즌 개막 후 최다 무승의 불명예를 안았다. 셰필드 유나이티드(1990~1991시즌 )와 1992년 EPL 출범 전후를 통틀어 무승 동률을 기록했다. 다행히 풀럼전 승리로 최악의 팀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았다. 1902년 볼턴 이후 110년 만에 대굴욕을 안을 뻔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축제를 즐기지 못했다. 15일 무릎 부상이 공식화됐다. 해리 레드냅 QPR 감독의 입에서 확인됐다. 레드냅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이 무릎을 다쳐 몇 주 동안 출전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올시즌 두 번째 맞은 부상이다. 박지성은 지난달 22일 에버턴전에서 왼무릎 부상을 한 이후 5경기 연속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한 바 있다. 박지성은 박싱데이(영연방 국가에서 지정한 크리스마스 다음날)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QPR은 성탄절 휴일을 앞뒤로 일정이 밀집해 있다. 뉴캐슬(23일), 웨스트브로미치(27일), 리버풀(31일)을 연달아 상대한다.
이번 부상으로 박지성의 팀 내 입지는 어떻게 변할까.
박지성은 레드냅 감독 부임 이후 조커로 활용됐다. 최근 5경기에서 2경기 교체 출전했다. 3경기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새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아야 할 시기에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부담스럽다. 박지성과 호흡을 맞추던 주전 멤버에도 약간 변화가 생겼다. 삼바 디아키테와 그라네로가 벤치만 달구고 있다. 숀 데리도 테스트를 받았다. 무엇보다 박지성이 없이 리그 첫 승이 달성된 경기에선 알레한드로 파울린이 나섰다. 파울린은 중원에서 공수 이음새 역할을 잘 수행했다. 박지성이 부상에서 돌아와도 당장 주전을 꿰차기는 힘든 상황이다.
먹구름은 계속 된다. 박지성은 팀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액 연봉자다. 투자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 레드냅 감독은 이번 겨울 유럽이적시장에서 전방위적인 포지션에 대한 전력 보강을 노리고 있다. 프랭크 램파드(첼시), 조 콜(리버풀), 니콜라스 아넬카(상하이 선화), 마루앙 챠마크(아스널) 등이 연결되고 있다. 박지성보다 효율성이 높은 선수가 영입될 경우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올시즌 박지성의 겨울은 더 춥기만 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