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KGC와 동부의 경기가 끝난 후 안양실내체육관의 인터뷰실. 동부 강동희 감독이 작심한 듯한 표정으로 패장 인터뷰를 시작했다. 강 감독은 불만에 가득 찬 표정으로 "팀의 중심이 돼야 할 두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강 감독이 지목한 두 사람은 팀의 기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승준과 김주성이었다.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강동희 감독 "이승준, 같은 일 반복되면 경기 출전 안시킨다" 철퇴.
이날 경기 후 "스코어를 벌릴 수 있는 타이밍에서 벌리지 못하고 계속 실책이 나왔다"고 운을 뗀 강 감독은 작심한 듯 "팀 중심이 될 이승준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공격, 수비만 치중한다. 농구는 5명 팀원이 같이 유기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데 혼자 개인플레이를 하니 팀이 전체적으로 무너진다"며 이승준의 개인 플레이를 지적했다. 이승준은 이날 경기에서 14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 무난한 성적을 거둔 듯 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이 엉망이었다. 특히 매치업 상대인 김일두의 수비에 계속해서 공격이 막히자 무리한 공격을 일삼았고, 그 사이 실책을 혼자 6개나 저질렀다.
팀의 간판 김주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강 감독은 "한 선수가 팀 전술에 녹아들지 못한다면 다른 한 선수는 공격에서 너무 소극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성의 얘기다. 김주성은 이날 8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슛은 단 2번 만을 시도, 2득점에 그쳤다. 강 감독은 이런 김주성의 플레이에 대해 '방관'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불만을 드러냈다. 강 감독은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건지 교체해달라는 사인을 보내더라"라며 아쉬워했다.
한숨을 내쉰 강 감독은 "선수들이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전술을 만들어주지 못한 내 잘못이 크다"고 말하면서도 "선수 개인의 플레이가 팀 전체 사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팀이 와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만약, 이승준이 앞으로의 경기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승준, 김주성 변화 없이는 6강 힘든 동부
동부는 이날 경기 패배로 5승15패를 기록하며 9위에 머무르게 됐다. 지난해 정규시즌 최다승 신기록을 거뒀던 팀의 믿기 힘든 현실이다.
결국 강 감독은 이승준과 김주성의 각성 없이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 마음의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 팀의 수장으로서 언제까지 두 사람의 사기 문제만을 배려해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KGC전을 예로 보자. KGC는 리그 10개 팀 중 높이가 가장 낮은 팀이다. 때문에 이승준, 김주성을 보유한 동부가 부담스러웠다. 동부도 이승준과 김일두의 매치업을 적극 활용했다. 하지만 이승준이 김일두의 강력한 수비에 몇 차례 막히며 신경질적인 플레이를 이어가자 팀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김주성은 공격 때만 되면 코트에서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날 패배가 동부에 더욱 뼈아팠던 것은 그동안 KGC를 만나면 위축됐던 가드 라인이 이날 경기에서는 꽤 분전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포인트가드 박지현은 10득점 12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슈터 이광재는 3점슛 5개를 터뜨리며 17득점 했다. 외국인 선수 리차드 로비도 22득점을 지원했다. 결국, 산술적으로 높이가 좋은 동부가 쉽게 경기를 이겨야하는 상황이었다.
KGC전 뿐만 아니다. 그동안 동부가 이승준, 김주성의 부조화로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지 못해왔다. 결국 두 사람이 변해야 동부가 살 수 있다. 이승준은 수비에 조금 더 치중하고, 공격에서는 자신에게 수비가 붙으면 동료들에게 패스를 내줄 수 있는 팀플레이에 힘써야 한다. 김주성은 동부의 대들보이자 한국농구의 기둥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더욱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