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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판의 그늘, 걷어낼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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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역사에서 2012년은 의미있는 해로 기억될 것이다. 우선 프로야구가 1982년 출범한 후 처음으로 관중 700만명 시대를 열었다. 200만명대에 머물렀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보면 상전벽해다. 프로야구가 일부 골수 남성팬을 위한 스포츠가 아니라, 어린이, 여성, 가족이 함께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다른 프로 스포츠와 확실하게 차별화를 이뤘고,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또 내년부터 1군 리그에 참가하는 9구단 NC 다이노스가 퓨처스리그(2군 리그)가 2군 리그에서 경기력을 점검했고,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5명의 프로선수를 배출했다. 프로야구, 나아가 야구 전체 판이 커진 것이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10구단 창단을 향해 첫 발을 디뎠다는 점이다. 10구단 창단은 야구인 모두를 하나로 만들었던 소망이었고 과제였다. 한동안 이 문제를 놓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립하기도 했지만, 창단 승인으로 마무리가 됐다.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팀을 인수할 기업이 없어 고민을 했던 프로야구이다. 그런데 국내 유수의 기업 두 곳에서 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나섰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프로야구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다른 프로 종목의 경우 팀 축소를 걱정하고 있고, 모기업이 운영을 포기한 구단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바야흐로 프로야구 전성기다. KBO와 각 구단, 선수들의 각고의 노력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값진 열매이다. 프로야구 구단은 이제 모기업의 지원금을 허비하는 곳이 아니라, 모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특별한 계열사다. 그러나 숨가쁘게 달려온 2012년 12월, 이쯤에서 한국야구의 어두운 면을 돌아봐야 할 것 같다.

2012년은 '다사다난'이라는 식상된 표현에 꼭 맞는 해였다. 시즌 개막 직전에 이뤄진 이종범의 전격은퇴와 박찬호의 한화 입단-은퇴, 이승엽과 김태균의 국내 무대 복귀, 김응용 전 삼성 사장의 한화 사령탑 취임, 삼성의 한국시리즈 2연패, 류현진의 LA 다저스 입단.

그런데 앞에서 열거한 뉴스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게 프로야구 선수 경기조작 파문과 프로야구 출신 아마 감독들의 체육특기생 입학비리 사건이다.

올해 초 야구계를 강타했던 경기조작 사건은 프로야구의 근간을 뒤흔든 충격적인 일이었다. 김성현과 박현준, LG 트윈스의 전도유망한 두 젊은 투수가 검은 돈의 유혹에 넘어가 야구판을 떠나야 했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거짓말로 소속팀 LG를 수렁에 빠트렸다. 소문으로 나돌았던 경기조작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들 외에 경기조작에 가담한 선수가 더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으나, 수사는 확대되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도 경기조작이 재발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선수뿐만 아니라 지도자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터진 대학야구 특기상 입박 비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프로야구 선수, 프로야구 지도자 출신이다. 13일 인천지검에 구속된 양승호 전 롯데 감독은 프로야구 선수 은퇴후 구단 프런트, 코치, 대학팀 감독을 거쳐 프로팀 지휘봉까지 잡았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롯데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고, 롯데 감독에서 물러난 후에는 야구원로들이 제정한 일구상 지도자상까지 받았다. 비록 프로 감독 시절이 아니라 대학 감독 시절인 3년전 쯤 학부모로부터 뒷돈을 받고 고교선수를 입학시켜준 혐의로 구속이 됐으나, 그는 프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에 뿌리는 둔 지도자다. 비슷한 일로 실형이 선고된 천보성 전 한양대 감독은 LG 사령탑 출신이다. 다른 지도자들도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기억할만한 프로 출신 인사들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도덕적인 해이, 모럴 해저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된 부분이 있고, 나만 안 걸리면 된다는 식의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사실 대학 입학 비리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 영향도 있고, 제도적인 문제점도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부 지도자들의 도덕적인 무감각이다"고 했다.

이쯤에서 재교육을 한번쯤 논의해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소양에 맡기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아마 지도자가 되려면 베이스볼아카데미에서 일정시간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또 기존 지도자에 대한 보수교육 과정이 있다. 일부 지도자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교육의 효용성 문제를 들어 소극적으로 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선수를 가르치는 지도자는 기능적인 지도력뿐만 아니라 인성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이런 부분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프로 지도자의 경우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축구의 경우 지도자 자격증에 등급이 있다. 이에 따라 지도할 수 있는 팀에 제한을 두고 있다. 자격증이 없으면 벤치에 앉지 못한다. 야구에 국제적인 룰에 따른 자격증 제도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시즌 개막에 앞서 프로팀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생각해볼만 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인으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진 프로야구 선수나 프로 출신 지도자는 공인이나 마찬가지다. 높아진 야구 위상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프로야구의 혜택을 본 만큼 프로야구 발전에 해가 되서는 안 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