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유럽 최고의 명절 중 하나다.
축구 선수들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빅리그' 중 크리스마스 방학이 가장 길다. 분데스리거는 약 한달간의 꿀맛같은 휴가를 보낸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는 2주 정도 주어지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아예 휴가가 없다. 오히려 크리스마스 주간에 살인일정을 시작한다. EPL은 '복싱 데이'라 불리는 12월 26일을 시작으로 2~3일 간격으로 3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치른다.
15일부터 17일(이하 한국시각)까지 치러지는 분데스리가 17라운드는 크리스마스 방학 전 치르는 마지막 라운드다. 후반기 첫 경기인 18라운드는 1월 19일부터 열린다. 17라운드는 올시즌의 반환점이다. 17라운드 결과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크리스마스 방학 전 성적에 관해 두가지 속설이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방학 전 최종 순위에서도 1위에 오른다가 첫번째고, 강등권에 있는 팀은 결국 떨어진다가 두번째다. 구자철이 속해 있는 아우크스부르크에게는 적잖이 신경쓰이는 얘기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승5무10패(승점 8·11득점-28실점)로 17위에 올라있다. 최하위 그로이터 퓌르트(1승5무10패·10득점-27실점)에 다득점에서 앞서있을 뿐이다. 두 팀은 15일 퓌르트 트롤리 아레나에서 17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분데스리가는 17위, 18위가 2부리그로 떨어진다. 16위 호펜하임(3승3무10패·승점 12)이 승점 4점 앞서 있어, 아우크스부르크가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강등권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러나 후반기 분위기를 타기 위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최근 7경기(2무5패)동안 승리가 없다. 공수 모두 최악의 분위기다. 7경기에서 득점은 6골에 불과하고, 실점은 15골이나 된다. 유일한 위안거리는 구자철이다. 구자철은 지난달 3일 오른 발목 부상에서 복귀 후 최고의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팀이 기록한 6골 중 2골이 구자철 발끝에서 나왔다. 8일 열린 '분데스리가 최강'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0대2 패)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구자철을 받쳐주지 못하는 동료들의 부진이 아쉬울 정도다. 아무도 탓할 수 없다. 지난해에도 구자철은 힘겨운 상황에서 팀을 잔류시키며 '임대의 전설'을 썼다. 그로이터 퓌르트전은 두번째 임대 전설을 완성하기 위한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