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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앤캐시 돌풍, 스폰서 찾는데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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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PCO까지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대캐피탈까지 깼다. 2위 현대캐피탈은 앞서 선두 삼성화재까지 꺾으며 상승세를 탔던 팀이다. 이런 팀을 러시앤캐시가 풀세트 접전끝에 물리쳤다.

러시앤캐시는 12일 충남 아산시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에서 3대2(25-27 32-30 25-22 21-25 20-18)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개막 후 8연패 늪에 빠졌던 러시앤캐시는 8일 KEPCO전에서 첫 승리를 장식한 뒤 이번에는 현대캐피탈까지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승점 6(2승8패)을 쌓았다. 3위 대한항공(승점 20)과는 승점 14점 차이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기에 3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다는 희망을 살릴 수 있었다. 단숨에 복병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러시앤캐시가 2라운드 중반부터 힘을 얻은 이유는 무엇일까. 시즌 개막 직전 팀을 맡은 김호철 감독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지만 "상위팀들을 한번씩은 꺾을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이제 프로팀 같네

김 감독은 팀이 조금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1라운드때는 팀도 아니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지난 비시즌동안 완전 놀고 먹었던 것 같다. 이제야 다들 7~8kg 정도 빠졌다"며 웃었다. 시즌을 치를만한 몸이 돼 있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주인을 잃은 드림식스는 지난 시즌 한국배구연맹(KOVO) 관리 구단으로 운영됐다. 지원도 지원이었지만 미래가 불투명했다. 스폰서가 나타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해체였다. 선수들이 배구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다. 다행히 러시앤캐시가 네이밍마케팅으로 참여하면서 희망의 빛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러시앤캐시는 네이밍스폰서에 그치지 않고 선수단 지원에 적극적이었다. 우승 경험이 있는 '명장' 김 감독을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도 뽑았다. 그러나 1라운드까지는 선수들의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가 많았다. 차츰 선수들의 몸이 만들어지면서 힘을 얻었다. 특히 영국 출신 외국인 공격수 바카레 다미(24)가 한국 배구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의 조련을 받은 다미는 현대캐피탈전에서 개인 최다인 35득점(공격성공률 44.11%)으로 실력 발휘를 했다. 이제 상대가 무서워하는 존재가 됐다. 여기에 최홍석, 김정환, 강영준, 안준찬 등 토종 공격수들과 신영석, 박상하가 버티는 센터진은 다른 구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김 감독은 "팀이 나아지는 게 보인다. 솔직히 팀내 불신이 좀 있었는데 이젠 선수들이 서로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러시앤캐시 지원 풍성하네

러시앤캐시의 배구단 지원은 네이밍마케팅 수준을 뛰어넘는다. 기존 구단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기본적인 선수단 지원 뿐만아니라 승리 수당도 제공한다. 이번 2연승때 지급된 승리수당은 KEPCO전에서 1000만원, 현대캐피탈전 2000만원이었다. 이처럼 매 경기 승리수당을 걸어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킨다. 최 윤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배구단에 대한 관심과 사랑도 뜨겁다. 주말 12경기에 버스 7~8대를 동원해 400여명의 직원들이 배구장을 찾아 응원한다. 응원 도구도 제작해 팬들에게 제공, 선수들이 코트에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이 선수단 전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김 감독은 "완전 스폰서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지원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여기에 KOVO 구자준 총재께서 가장 우선으로 드림식스 문제를 해결하시겠다고 말씀하시면서 선수들이 좌절에서 희망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이게 크다. 선수들이 의욕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퍼즐이 하나씩 맞춰가는 러시앤캐시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일 듯 하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