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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출연할 만한 영화 없다고? 그녀들의 생존법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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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가 출연할 만한 영화가 없다." 몇 해 전부터 충무로에서 들려오던 얘기다. 국내에 개봉 영화가 몇 편 없다거나, 영화계에서 여배우들을 의도적으로 배척한단 얘기는 아니다. 여배우가 돋보일 만한 영화가 잘 없고, 그러다 보니 여배우들이 작품을 고르는 데 애를 먹는다는 의미다. 올해 개봉한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한 여배우는 "빨리 새로운 영화를 하고 싶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여배우가 출연할 만한 영화가 없었던 것도 한 가지 이유"라고 밝혔다.

관객들의 관심이 특정 장르에 국한되다 보니 생긴 문제였다. 스릴러, 범죄물 등 남자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일 만한 영화들이 인기를 끌었고, 여자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스토리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랬던 것이 올해 들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배우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여배우들이 나름대로의 '생존법'을 터득하게 된 셈.

여배우들의 생존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집단 주연 영화'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최근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벌이고 있는 '26년'의 한혜진이 그런 경우다.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작전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작전을 펼치는 주역들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 역을 한혜진이 연기했다.

'26년'은 '여배우를 위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한혜진은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중 한 명으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충분히 해냈다. 확신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1000만 흥행 돌풍의 주인공인 '도둑들'의 김혜수, 전지현, 김해숙 역시 김윤석, 이정재, 오달수, 김수현 등 남자배우들과 함께 '집단 주연 영화'에 출연해 주목을 받은 케이스다.

두 번째는 '확실히 망가지는 것'이다. 과거 여배우들은 망가지길 두려워했다. 대중에게 항상 예쁘고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음치클리닉'의 박하선은 '저질 성대'를 가진 음치 캐릭터를 연기했다. 온몸을 던져 망가졌다. 실감나는 음치 연기와 몸개그, 흉하게 번진 화장 등을 통해 웃음을 자아냈다. 취한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음주 연기'까지 감행했다.

개봉을 앞둔 '반창꼬'의 한효주도 제대로 망가진다. 한효주는 평소 단아하고 바른 이미지가 강했다. 드라마 '동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한복을 입은 단아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랬던 그녀가 욕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털털한 성격의 캐릭터로 변신했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막무가내로 들이대고, 폭탄주를 돌리는 모습에선 얌전하기만 했던 옛날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여배우들은 이런 '의외의 재미'를 주면서 관객들에게 주목 받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섹시한 매력으로 승부하는 것. 섹시함은 여배우들이 지닌 최대의 무기다. 그걸 극대화했을 때 관객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나의 PS 파트너'의 김아중이 대표적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나의 PS 파트너'는 '폰섹스'라는 도발적인 소재를 다뤘다. 김아중은 자극적인 신음소리 연기를 포함, 남자들의 환상을 자극할 만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김아중의 승부수는 일단은 통하는 분위기다. 지난 6일 개봉한 '나의 PS 파트너'는 개봉 첫주 5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올라있다. '간기남'의 박시연, '후궁: 제왕의 첩'의 조여정 등도 섹시한 매력을 발산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 관계자는 "2012년 한 해 동안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가 사랑을 받았고, 여배우들의 활약도 어느 때보다 돋보였다"며 "이런 활약에 힘입어 여배우들이 출연할 만한 영화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2012년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