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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완 에이스들의 신구종 장착, 그 득실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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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에 입성한 류현진은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더 이상 구종추가는 없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에서 던지던대로 던지겠다는 말이다.

투수가 자신의 기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도전하는 부분이 구종 추가다.

류현진은 2년 전 슬라이더를 익히기 시작해 지난해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김광현(SK)은 스플리터와 서클 체인지업을 놓고 2년간 고민하고 있다. 양현종(KIA) 역시 컷 패스트볼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도전정신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류현진은 올해 9승9패, 평균 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1승7패, 평균 자책점 3.36을 기록했다. 예전에 비해 좋은 기록이 아니다. 그의 통산 방어율은 2.80. 물론 한화의 약한 공격력과 수비력 때문에 손해본 부분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슬라이더때문에 그의 투구내용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슬라이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슬라이더를 장착했기 때문에 부상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슬라이더를 장착해 실제적으로 어떤 이득을 얻었는 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물론 타자들에게 더 많은 고민을 던져줄 순 있다. 하지만 투구밸런스가 조금씩 흐트러지는 약점과 거기에 따른 부상위험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실제 슬라이더 장착으로 인한 플러스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

김광현은 어깨수술과 재활을 놓고 고민했다. 결국 재활로 결정했다. 어찌보면 마지막 재활 시도다. 2010년 이후 계속 말썽을 일으켰던 어깨다.

공교롭게 김광현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신구종 장착에 대해 고민했다. 서클 체인지업에 도전했지만, 오히려 투구 밸런스가 깨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2군에도 갔다 왔다. 이후 서클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반포크볼)를 놓고 고민했다. 지난해에는 스플리터를 실전에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 전문가는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면서 옆으로 변한다. 슬라이더의 강약 조절만 한다면 구종이 단순하다는 약점은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했다.

김광현은 높은 타점에서 공을 뿌린다. 당연히 옆으로 변하는 슬라이더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효과까지 나온다. 그의 슬라이더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명품구종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구종인 서클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를 장착할 이유가 없다는 것. 옆으로 휘면서 아래로 떨어지는 강약조절만 잘한다면 슬라이더 한 가지 구종을 가지고 여러가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신구종 장착과정에서 생긴 투구밸런스의 흐트러짐때문에 그의 어깨는 직, 간접적으로 타격을 받았다.

KIA의 좌완 에이스였던 양현종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에서 당시 대표팀 투수코치던 롯데 김시진 감독에게 컷 패스트볼을 배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독이었다.

2010년 16승(8패)을 따냈던 그는 지난해 7승9패로 부진했다. 올해는 1승2패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1군 무대에 제대로 등판하지도 못했다.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컷 패스트볼의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컷 패스트볼을 사용하면서 주무기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마저 떨어졌다.

물론 신구종을 장착하면 엄청난 장점이 따라온다. 타자들을 상대할 무기 하나가 추가된다.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그만큼 우위에 설 수 있고, 다양한 무기로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하나 따라붙는다. 완벽하게 장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신구종을 완벽히 장착하기 위해서는 평균 3년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다. 투구폼과 궁합이 맞지 않을 경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신구종을 장착은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제대로 장착하지 않으면 부작용의 폐해도 상당하다. 김광현과 양현종의 예처럼 투구밸런스가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깨에 대한 부담 등 부상위험도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양상문 해설위원은 "신구종 장착에 대한 도전정신은 중요하다. 하지만 무리한 신구종 장착은 오히려 독이 된다.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될 문제다. 오히려 기존 구질을 더 가다듬는 게 나은 경우가 더 많다"고 했다.

최근 프로야구판에서는 신구종 장착에 대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스프링캠프에서도 그런 실험은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극히 신중해야 한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