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 반도를 열차로 여행하는 것도 흥미롭다. 여정은 15~16세기 대항해시대의 절대강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영광을 더듬어 보는 시간이다. 리스본-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 기착지 도시 곳곳에 서린 옛 영화의 흔적은 과연 두 열강의 번영의 시대를 짐작케 한다.
유럽 대륙 최서단에 자리한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신구의 조화가 멋스러운 도시 풍모를 자아낸다. 거기에 유럽에 속해 있으면서도 북아프리카의 낭만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도 이 도시의 매력이다. 아름다운 건축물이 압권인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또 어떠한가. 특유의 활기찬 광장문화와 열정, 그리고 거장들의 예술혼을 체험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열차의 낯선 흔들림을 리듬삼아 차창 밖의 풍광에 몰입하는 것도 열차기행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매력이다. 마침 이베리아반도는 대서양-지중해와 연접한 유럽대륙 남단에 자리하고 있어 한겨울에도 비교적 온화한 영상의 날씨를 유지한다. 스페인-포르투갈이 '겨울 여행지'로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베리아반도 기행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리스본(포르투갈)=글·사진 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1. ◆낭만의 도시 포르투갈 '리스본'
유럽대륙의 남서단에 자리한 포르투갈은 15~16세기 대항해시대를 선도했다. 신대륙 발견에 앞장선 바스코 다 가마와 마젤란 모두가 포르투갈 사람들이다. 이들 시대 영광의 흔적은 낭만의 도시 리스본에 잘 담겨 있다. 섬세한 수공예 타일이 촘촘히 깔려 있는 거리며. '아줄래주 스타일'의 타일로 장식된 건축물들은 호화롭던 포르투갈의 과거를 잘 대변해주는 상징물에 다름없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 시절을 회상하는 입장이어서 일까? 리스본의 고건축물이나 사람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도도함 보다는 살가움이 더 짙게 느껴져 여행자에게는 오히려 편안하게 다가온다.
리스본은 유럽의 여느 대도시와는 달리 비교적 덜 부산한 편이다. 때문에 그 매력을 제대로 엿보기에는 여유 있는 발걸음을 떼놓는 편이 좋다. 거미줄처럼 얽힌 산동네 골목길을 트램을 타고 올라가보는한편, '포르투갈의 샹젤리제'로 불리는 리베르다데 거리를 걸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은 포르투갈과 리스본의 매력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신구의 조화를 이루는 리스본
리스본은 도시의 특성에 따라 크게 몇 개의 구획으로 나뉜다. 리스본의 중심가는 1755년 대지진을 겪은 후 새로 세워졌다. 폼발 후작이 건설한 재건도시가 바이샤 지구다. 서쪽의 바이로 알투 지구, 옛 정취가 잘 담겨 있는 동쪽의 알파마 구시가지, 그리고 벨렘 지구 등으로 나뉜다.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에서 리베르다데 거리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면 호텔, 은행, 오피스타운이 형성된 신시가가 펼쳐진다. 모던한 유럽 대도시의 풍모를 지니고 있어 구시가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담아낸다.
여행자들은 주로 바이샤 지구와 그 남쪽 테조 강변에 자리한 코메르시오 광장에 몰린다. 리스본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리베르다데 대로, 호시우-레스타우라도레스 광장을 따라 도시를 구경하며 코메르시우 광장으로 향한다. 반대로 코메르시우 광장을 출발해 바이샤 지구를 둘러보고 바이루 알투와 알파마 구시가, 벨렘 지구의 순서로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호시우 광장에 자리한 호시우역사(19세기 건축)는 리스본의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다.
리스본에서 맛보는 군밤 맛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광장 주변에는 군데군데 군밤 장수가 성업 중인데, 매케한 조개탄을 사용한 때문인지 대기오염을 걱정해야 할 만큼 연기를 뿜어낸다. 하지만 군밤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기쁨과 인정이 배어 있어 더 정감이 간다.
리스본 시내를 굽어볼 수 있는 방법으로 1902년 세운 산주스타 리프트가 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세운 에펠의 제자 폰사드가 설계한 것으로 고지대 바이루알투 지구를 연결한다. 이 리프트의 뒷편에 있는 건물은 1755년 대재앙 때 훼손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재앙의 교훈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리베르다데 거리는 파리의 샹젤리제처럼 화려하지는 않다. 하지만 기품과 운치가 있다. 수공예 타일이 깔린 바닥이며 멋진 타일로 외벽을 장식한 건축물에는 각종 부티크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들이 입점해 있어 리스본 특유의 이미지를 담아낸다.
개선문 인근 디자인 박물관도 여행자들의 단골 코스다. 포르투갈의 오늘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은행건물이었던 것을 리모델링해서 프라이빗한 컬렉션(오브제, 드레스) 등을 전시하고 있는 세련된 공간이다.
리스본의 개선문 또한 정교하고 아름답다. 개선문을 지나면 널찍한 코메르시우 광장이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쪽빛하늘과 푸르른 테조강, 그리고 하얀 광장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그려낸다. 광장은 본래 마누엘 1세의 리베이라궁전이 있던 곳이다. 1755년 리스본 대지진으로 궁전이 파괴 된 후 폼발 후작의 도시계획에 따라 광장이 세워졌다. 유럽 최대 광장 중 하나로 꼽히며 카페, 뮤지엄, 레스토랑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거느리고 있다.
광장에는 체신청, 해군본부 등 관공서와 리스본 스토리 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스토리 센터에서는 대재앙 등 리스본의 역사를 자세히 살필 수 있다.
▶리스본을 한 눈에 '알파마지구& 성조르주성'
리스본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은 트램(시내 전차) 기행이다. 다양한 노선이 시내 구석구석을 누비는데,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단연 28번 트램이다. 리스본의 옛 마을과 골목이 남아 있는 알파마 지역을 두루 들르는 관계로 포르투갈과 리스본의 속내를 들춰 보기에 그만이다. 도대체 오르기 힘든 경사지의 비좁은 골목길을 달리는 트램은 그야말로 산동네 사람들의 소중한 발구실을 한다. 트램이 골목을 누비며 만나는 광장이며, 가게, 성당 등은 리스본의 숨겨진 매력에 다름없다.
트램을 타고 올라가자면 알파마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가 나선다. 대서양쪽으로 붉은색 기와지붕과 도시 전경이 펼쳐지고 인근 항구에는 대형 크루즈 유람선이 정박해 있어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트램에는 소매치기 조심 스티커도 붙어 있다. 포르투갈의 과거 식민지역에서 흘러 들어온 온 범죄인이나 집시 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성조르주성은 리스본 투어의 화룡점정이다. 높은 언덕위에 자리해 리스본 일원을 제대로 살펴 볼 수가 있다. 유럽 전통 도시 특유의 붉은색 기와지붕이 압권인데, 광활하게 펼쳐진 그 모습이 유럽의 도시 중 최고 수준이다. 멀리 테조강변위로 지는 낙조도 아름다운 리스본의 전경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그려낸다. 성조르주 성은 로마시대 이전 건립된 것으로,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에 해당한다. 리스본 최고의 요새로 성문 안쪽 전망대 광장에는 포르투갈 초대 왕 알폰소 엔리케의 동상이 있다.
◆여행메모
▶가는 길=인천에서 리스본까지의 직항편은 없다. 파리를 경유해 리스본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한항공, 에어프랑스 등을 이용하면 경유시간 포함 15~16시간 정도소요 된다. 유럽의 대도시로 향한 뒤 비행기나 기차로 다시 이동하는 것도 방법.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리스본까지는 야간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여행팁=이베리아 반도의 서부에 자리한 포르투갈은 남북으로 길따란 모습으로,국토의 면적은 남한보다 약간 작은 9만2천㎢, 인구는 1000만 명을 조금 웃돈다. 공용어는 포르투갈어, 화폐는 유로화를 사용하며, 시차는 한국보다 9시간(서머타임 적용 시 8시간) 늦다.
▶열차여행이베리아 반도 열차기행에는 레일유럽을 이용하면 된다. 레일유럽은 프랑스 국영 철도청(SNCF) 와 스위스 연방 철도청(SBB)의 합자회사로 유럽 열차 티켓과 유레일 패스 등 각종 철도 패스를 배급하고 있다. 여행객들은 포르투갈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하는 야간열차를 주로 이용하고,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구간은 특급 아베열차에 오른다. .
◇루지타니아 (Lusitania)=포르투갈에서 스페인이나 프랑스까지 여행할 수 있는 수드-엑스프레소(Sud-Expresso)나 루지타니아 콤보이오(Lusitania Comboio) 호텔 야간 열차와 같은 국제 구간도 운행하고 있다. '리스본 산타 아폴로니아~마드리드 차마르틴역' 8시간 40분소요. 원하는 구간을 선택해서 해당 운행 기차의 구간권 티켓 구입이 가능하며, 일정기간 동안 해당 국가의 국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유레일 1개국 패스 또는 2개국 패스를 선택해 여행할 수도 있다
◇스페인 아베(AVE)=아베('AVE')는 'Alta Velocidad Espanola'의 약자로, '스페인 초고속'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스페인어로 '새'를 뜻하는 'ave'와도 그 표기법이 같다. 최고 시속 300km까지 운행되며, 스페인의 모든 주요 도시들이 아베로 연결되어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발렌시아와 같은 도시로 이동하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마드리드~바르셀로나 2시간38분소요.
자세한 상품 문의는 가까운 여행사에서 가능하며, 레일유럽 한국사무소 웹사이트(www.raileurope.co.kr) 에서는 여행자의 일정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철도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식거리
◇에그타르트:리스본의 명물 미식거리다. 달콤 부드러운 것을 진한 커피와 함께 곁들이면 최고의 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