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는 수비부터 시작하고, 수비수는 공격부터 시작한다.'
축구의 기본 흐름이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1)의 축구 철학도 기본에서부터 출발한다. 공격수는 최전방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줘야 한다. 수비수는 부드럽게 공격진으로 볼을 투입해 해줘야 한다. 그러면서 3선(최전방-미드필드-수비진)의 간격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이 기본이 9일 북중미 대표 몬테레이(멕시코)와의 클럽월드컵 준준결승전(1대3 패)에선 철저하게 무시됐다. 허탈했다. 아시아를 호령했던 호랑이(엠블럼)는 '종이 호랑이'가 된 느낌이었다. 참패를 당했던 그 날, 김 감독은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밤새 생각에 잠겼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이틀이 흘렀다. 고민의 해답이 나왔다. '기본으로 돌아가자'였다.
울산은 12일 일본 J-리그 우승팀 산프레체 히로시마와 대회 5~6위전을 치른다. 올시즌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경기다. 분석을 마친 김 감독의 승부처는 허리였다. 11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히로시마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개되는 것이 부드럽고 빠르다. 승부처는 미드필드다. 중원 장악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집념의 사나이'다. 비록 첫 경기에서 자존심을 구겼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거듭난 '명품 철퇴축구'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김 감독은 "올해 우리는 60차례 가까이 경기를 치렀다. 베스트멤버가 바뀌지 않았다. 제공권과 스피드를 이용하면서 경기를 펼쳤다. 또 다양한 선수들을 통해 중앙에서 빠른 스피드와 기술을 이용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몬테레이전은 그동안의 경기 중 최악의 경기였다. 현역시절을 되살려보면 하려고 해도 안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몬테레이전이었다. 히로시마전은 우리가 그 동안 하던대로 제공권과 스피드를 살린 축구를 할 것이다. 중원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빌드업을 하면 찬스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숙명의 한-일전이다. 클럽대항전도 국가대항전 못지 않게 승리의 의미가 크다. 김 감독은 "한국과 일본 축구는 동반자다. 아시아축구를 대표한다. 양국이 경기를 할 때는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 일본 팀과 경기를 한다 해서 색다른 느낌은 없다. 순위 경쟁일 뿐이다. 1차전에 패했기 때문에 반드시 한-일전에선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가장 인상 깊었던 한-일전에 대한 추억은 2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최종예선전이다. 1985년 10월 26일 한국은 적지에서 2대1 승리를 거둔 뒤 11월 3일 안방에서도 1대0 승리를 따냈다. 당시 코치였던 김 감독은 "현역시절에는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 있었다. 지금은 양국의 축구수준이 비슷해졌다고 생각한다. 멕시코월드컵 최종예선전 때 일본을 꺾고 본선에 진출한 것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회상했다.
주장 곽태휘(31)도 한-일전에 대한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곽태휘는 "패배는 지나갔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마무리를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장답게 동료들의 자신감 고취도 잊지 않았다. 곽태휘는 "교토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중앙 수비수 미즈모토 히로키는 기량이 좋다. 그러나 우리 공격수 김신욱과 하피냐 이근호 등도 충분히 경쟁할 실력을 갖췄다"고 했다.
나고야(일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