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끝난 맨시티와 맨유의 맨체스터 더비(3대2 맨유 승)가 숱한 화제를 낳고 있다.
경기는 그야말로 '맨체스터 극장'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명승부였다. 맨유가 웨인 루니의 두골로 앞서가자, 맨시티는 야야 투레와 파블로 자발레타의 골로 응수했다. 엄청난 스피드와 선수들의 승부욕이 결합된 이날 경기는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치열하게 전개됐다. 결국 승부는 후반 추가시간 로빈 판 페르시의 프리킥이 맨시티의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들어가며 결정됐다. 골이 터진 후 판 페르시와 맨유 선수들은 곧바로 맨유팬들 앞으로 달려가 기쁨을 나누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맨유 선수들의 지나친 흥분은 맨시티 팬들을 자극시켰다. 한 맨시티 팬은 맨유의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를 향해 2펜스짜리 동전을 던졌다. 동전을 맞은 퍼디낸드의 눈가가 찢어졌다. 일부팬들은 경찰과 대치하며 싸움을 벌였다. 그라운드에 난입한 팬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13명의 팬이 연행됐고 이중 9명이 기소됐다. 그라운드 난입, 공중질서 위반, 인종차별 가중 공중질서 위반, 축구규정 위반, 음주 등 이유도 다양하다. 맨체스터 경찰은 계속해서 추가 가담자를 추적하겠다고 했다.
그라운드에 난입하며 연행된 맨시티팬 매튜 스콧은 즉각 퍼디낸드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스콧은 관중석을 벗어나 퍼디낸드에게 돌진했지만, 맨시티의 조 하트 골키퍼에 의해 제지됐다. 스콧은 "어제 있었던 내 모든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 특히 퍼디낸드와 다른 선수들에게 죄송하다. 내 행동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있다. 내 자신, 가족, 동료팬, 맨시티 구단을 실망시켰다. 퍼디낸드에게 직접 편지를 써 깊은 사과의 뜻을 표하겠다.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 내 행동을 말려준 하트에게 감사한다. 나는 평생 맨시티팬으로 지난 3년간 시즌티켓을 끊었다. 아버지와 함께 경기를 보러 왔고, 지난 3년간 원정석 바로 옆구역 늘 같은 자리에서 관전해왔다"고 밝혔다. 맨시티 측은 스콧의 남은 시즌티켓을 취소했다.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평생 맨시티 구장 출입이 금지된다.
퍼디낸드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동전 투척 사건을 언급했다. '누가 던졌는지는 모르지만 대단한 샷이다. 2펜스짜리 구리동전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적어도 1파운드짜리 동전은 되는 줄 알았다'는 말로 특유의 위트와 여유를 보여줬다. 대수롭지 않게 넘긴 퍼디낸드와 달리 잉글랜드 축구 협회(FA)는 이번 사건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데이비드 번스타인 FA회장은 "이번 사건은 끔찍한 일이며 개탄할 만한 사건이다. 다시는 재발해서 안될 것이며 우리는 인종 차별, 경기장 난입 등의 문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문제를 처리하겠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일부에서는 선수보호를 위해 경기장에 펜스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역대급 경기에 걸맞는 역대급 후폭풍이 맨체스터를 강타하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