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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도 중고신인 열풍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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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는 지난 몇년간 중고신인이 신인왕을 싹쓸이 했다.

2008년 최형우(삼성), 2009년 이용찬, 2010년 양의지(이상 두산), 2011년 배영섭(삼성), 2012년 서건창(넥센)이 주인공이다. 순수신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들의 반전 성공스토리는 스포츠팬들의 마음을 적셨다. 내년 시즌 K-리그도 중고신인의 활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셔널리그 출신 선수들이 대거 K-리그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10일 열린 2013년 K-리그 신인선수 선발드래프트에선 총 110명이 지명의 기쁨을 맛봤다. 이중 내셔널리거는 총 16명이 호명됐다. 작년 드래프트 순위권 지명은 3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드래프트에선 9명이나 됐다. 우선지명한 안양FC의 8명을 포함하면 무려 24명의 내셔널리거가 K-리그는 누비게 됐다.

전체 1순위의 영광도 내셔널리그 출신의 이준엽(인천코레일)이 차지했다. 올시즌 인천 코레일에 입단한 그는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우승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이준엽은 김학범 감독과 인연이 있다. 명지대 재학 시절이던 2010년 김학범 감독의 눈을 사로잡아 이듬 해 스승을 따라 중국 허난으로 갔다. 그러나 김 감독이 갑자기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중국을 떠나 올해 초 인천코레일에서 새 둥지를 꾸렸다. 김 감독은 다시 한번 이준엽의 손을 잡았다. 김 감독은 드래프트 후 "허난에 같이 있을 때 여러가지 원인으로 잘 안 됐다. 다시 함께 할 수 있어 좋다"며 "공격형 미드필더로 쓸 계획이다. 볼키핑이나 저돌적인 움직임은 좋다. 패스만 한 템포 빠르게 다듬으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울산현대미포조선의 2년차 공격수 정선호도 1순위의 기쁨을 누렸다. 성남 일화는 공격진 보강을 위해 정선호를 지명했다. 올 시즌 정선호는 내셔널리그에서 21경기에 나서 4골-3도움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이 밖에 2012년 내셔널리그 베스트11에 뽑힌 골키퍼 여명용(부산교통공사)과 용인시청의 골키퍼 김지성은 2순위로 각각 고양Hi FC와 광주FC에 입단했다. 하위라운드에서도 내셔널리거의 호명은 이어졌다. 창원시청의 살림꾼 이정환과 임종욱이 3순위에서 각각 경남FC와 충주 험멜의 지명을 받았다. 강릉시청의 수비수 김태봉도 3순위로 안양FC의 유니폼을 입었다.

내셔널리거의 대거 K-리그행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2부리그의 영향이 컸다. 올시즌까지 내셔널리그에 참가했던 2부리그 팀들이 대거 내셔널리거를 선발했다. 24명 중 수원FC, 충주험멜, 고양 Hi FC, 안양FC가 뽑은 내셔널리거는 19명이나 된다. 아무래도 검증되지 않은 대학 선수들보다 오랫동안 지켜본 내셔널리거들을 집중 선발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내셔널리그는 FA컵 등을 통해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내셔널리그 출신의 김영후(현 경찰청)은 2009년 K-리그에 데뷔하자마자 13골-8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신인상을 차지한 바 있다. K-리거라는 꿈을 이룬 24명의 내셔널리거들의 성공적인 안착은 한국축구의 풀뿌리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하부리그의 좋은 선수들이 상부리그에서 자리잡으며 상부리그가 '프리미엄'화되는 것은 가장 성공적인 승강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