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가 '섹시 코드'에 푹 빠졌다. 여기 저기서 '섹시'라는 단어가 보인다. 영화 가요계를 이끌었던 '섹시'코드가 최근에는 예능과 드라마까지 점령한 상태다. 이제 '섹시'를 '저질'로 치부해버리기엔 너무 광범위하게 퍼졌다. 하지만 아직 수위나 내용면에서 질적으로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방송가는 '섹시 코드'에 허우적대는 것일까, 이용하는 것일까.
드라마에선 여주인공들의 목욕신이 빠지지 않는다. 사극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아니, 사극이 더 심한 형편이다. 아역배우 출신 박민지는 SBS 수목극 '대풍수'에서 목욕신을 선보였다. 그는 지난 달 극중 상반신 뒤태를 고스란히 노출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달 19일 첫방송한 MBC 일일극 '오자룡이 간다'에서도 주인공 오연서는 워터파크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섹시한 몸매를 과시했다.
예능은 더 심하다. 가장 대표주자는 역시 tvN 'SNL코리아'다. 지난 8일 방송한 'SNL코리아'에서는 김현숙이 호스트로 나서 19금 코미디를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레드카펫의 섹시 드레스 열전을 풍자하기도 했고 곽현화가 게스트로 등장해 19금 콩트를 연기했다. 이전에도 장우혁 토니안이 호스트로 나섰을 때는 강예빈이 '섹시녀'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고 기상캐스터 출신 박은지는 호스트로 나서 섹시코드를 활용했다. 오는 15일 호스트로 나설 브라운아이드걸스도 섹시 코드를 들고 나올 예정이다.
이외에도 '세바퀴' '강심장' 등에서 가수들이 섹시댄스를 추는 것은 기본이고 시트콤에서도 '섹시'가 등장하고 있다. 박은지는 예전 MBC 시트콤 '스탠바이'에서 섹시한 세차로 눈길을 끌었고 김서형은 '엄마가 뭐길래'에서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로 화제가 됐다.
이 과정에서 '섹시테이너'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섹시'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인 이 단어는 각종 예능에 자주 출연하며 섹시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인기를 얻은 방송인을 일컫는다. 박은지와 강예빈, 곽현화 등이 주로 꼽힌다.
말하자면 현재는 안방극장에서 노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노출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제한이 조금이라도 풀리기만 하면 더 과감하게 달려들 기세다. 한 케이블 방송 관계자는 "실제로 섹시한 장면이 나왔을 때 순간 시청률은 급격히 상승한다. 그러니 제작진들도 섹시한 장면을 더 많이 넣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 '섹시 코드'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일 것이냐 하는 것이다. 무분별하게 섹시를 활용하다보면 작품이 '섹시'에 묻혀 허우적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SNL코리아'처럼 본격적으로 '19금 코미디'를 표방한 경우 섹시 코드를 활용하는 것은 누가 뭐라할 수 없다. 문제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섹시 코드를 넣기에 급급하는 것이다. 그저 '섹시'에 덮히기 보다는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또 은근해서 거부감들지 않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