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대장주란 왕관이 무색질 지경이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주가가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불과 한달 여 전만해도 7만16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기관과 개인이 모두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투자자들은 SM이 더 늦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수만, 주식부자 1위를 양현석에게 내놓다
지난 7일 SM의 종가는 3만7900원. 이날 한때는 3만6000원까지 허물어졌다. 이는 52주 최저가 수준. 지난 4월 25일 이후 7개월여만에 3만원대로 떨어진 것이며, 불과 두달여만에 약 47% 가량 주가가 빠졌다.
SM의 주가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이미 잘 알려진 바, 실적 쇼크 때문이다. SM은 3분기 매출액 515억원, 영업이익 117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매출액 5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후 기관들은 완전히 등을 돌렸고, 실망 매물을 쏟아냈다. 실제로 기관 투자자들은 11월 1월부터 12월 6일까지 185만4700만주를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는 매수세로 돌아가는가 싶더니, 6일과 7일 20만주 이상씩 매도해버렸다.
이 탓에 SM의 수장인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난 9월 연예인 주식부자 1위 자리를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에게 내준 이래 계속 2위에 머물고 있다.이 프로듀서의 보유주식은 439만2368주(21.97%)로 현 주가에 따르면, 한달도 안된 기간 동안 무려 1373억원의 평가이익이 줄어들었다.
▶2013년 SM엔터테인머트의 스케줄표엔 무엇이?
큰 악재는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관들이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도하고 있는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오히려 투자 의견은 일반적으로 'BUY'가 대세다. 이는 기대되는 호재들이 잇달아 잡혀있기 때문이다. 2013년 음원 가격이 오르고, 신인 그룹 데뷔도 착착 준비되고 있다. 자회사인 SM C&C의 드라마 제작을 통한 출연료, 음원 수익 발생도 예상된다.
장동건 강호동 등 잇달아 영입한 빅스타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지난 한해 다각적으로 펼쳐온 사업들 또한 본격 OSMU(one source multi use)의 가능성을 입증해줄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노출된 이 호재들이 당장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분간은 투자심리가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따라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증권가에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목표가 하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주식 하락 흐름에 있어 SM은 유독 취약한 면을 보여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전반적인 엔터주 약세장이지만 상대적으로 YG엔터테인먼트보다 하락세가 가파르다. YG엔터테인먼트의 10일 종가는 5만7300원으로 다시금 6만원대 진입을 바라보게 됐다.
▶이수만이 직접 나서라!
현 국면에선 신뢰도 회복이 급선무다.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주가를 목격한 투자자들은 이제 냉정해졌다.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다각적 사업이 구체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고,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상당히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까지 손 놓고 주가하락을 지켜보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꺼진 투자심리를 되살리기 위해선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 여기서 YG엔터테인먼트의 행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수장인 양현석 프로듀서는 CEO로서 이미지를 굳혀가면서, 투자자들이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의도한거든, 아니든 지난 11월 이하이의 데뷔 시점에 양현석 프로듀서는 "이하이의 첫 무대를 지켜보기 위해 미국 출장을 늦췄다"는 등의 기사로 온라인을 장식했다. 이 뉴스를 접한 이들은 CEO로서 양현석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이하이의 앨범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게 됐다.
이는 본인 스스로 엔터테이너로서 자리매김해온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과도 비교되는 행보다.
반면 K-POP 열풍을 만들어온 이수만 프로듀서는 그간 좀처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CEO 포럼에 강연자로 나서거나 각종 단체에서 공로상을 받는 등의 뉴스만을 전해올 뿐이었다. 이같은 행보는 이수만 개인에겐 명예가 되겠지만, SM 브랜드에 스타성을 더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젠 시간이 없다. 투자자의 신뢰가 바닥을 치기 전에 이수만 프로듀서가 직접 움직여야한다. "K-POP의 원류를 만들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브랜드 정체성을 다져야한다", "소속 가수들의 활동에 이수만이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또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등의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