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대수는 강한 남자다.
그런 그가 꼭 1년 전 펑펑 울었다. 골든 글러브 시상식. 유격수 수상자로 선정된 뒤 단상에 오른 그의 눈물은 말문을 막았다. 고진감래. 힘든 시기를 다한뒤 찾아오는 달콤함. 그 가슴 저릿한 반전의 감동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공감할 수 없다.
사연 많은 남자들. 그들이 프로야구의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골든글러브 하루 전날 열린 카스포인트 시상식. 이날의 주인공이던 두 선수는 유독 사연 많은 남자였다. 가장 힘든 시기를 통과한 영광의 주인공이란 공통점. 넥센 박병호와 KIA 김진우였다. 그들의 사연, 설명이 필요 없다. 한때 야구를 그만둘까 생각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었고,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극복한 공통점. 평강공주를 만나 인생 역전에 성공한 이들은 '온달 신드롬'의 상징이었다.
최고의 상징인 MVP에 오르며 야구 인생 최고의 한 시즌을 보낸 박병호. 그는 "한때 나는 영원한 2군 선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을 들었고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야구를 그만둘까하는 생각을 했다. 힘들 때 많은 분들께서 제 말을 들어주셨고, 무엇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야구를 해왔는데 부모님 얼굴 떠올라 너무 죄송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잃지 않았던 끝에 복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힘들 때) 아내가 딱 한번 사는건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내의 힘이 컸던 것 같다. 연상이라 그런지 몰라도 나보다 깊게 생각하는 아내를 만나 참 많은 걸 얻었다"며 평강공주에게 공을 돌렸다.
오랜 방황을 마치고 멋진 반전을 이룬 사나이 김진우. 그에게 2012 시즌은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사연이나 반전이란 단어를 빼고 설명이 불가능한 남자. 그는 "방황 하면서 배웠고 야구가 내게 어떤 의미를 주고 어떤 것인지 느꼈다. 다시 복귀하면서 힘든 일도 있었고 우는 일도 많았는데 이겨내다 보니 이런 자리까지 오게 된 듯 하다"라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병호와 흡사한 감회였다. 그 역시 바보 온달이었다. "아직 많이 부족한 남자친구다. 앞으로도 듬직한 나였으면 좋겠고, 늘 곁에 있으면 마냥 행복한 남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진우의 재기에 50% 이상 책임진 바로 그 여자친구에 대한 소회였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감동의 스토리. 최근 프로야구의 트렌드다. 힘든 시기를 통과한 뒤 의미있는 빛을 뿜고 있는 사연 가득한 선수들. 그들이 바로 프로야구의 주인공이다. 2008년 사연 많은 중고 신인왕 최형우, 2009년 이적생 최초 MVP에 오른 김상현, 군 제대 후 신인왕에 오른 양의지, 지명을 받지 못해 동국대에 진학했다가 프로 입문 후 신인왕에 오른 배영섭, 방출 설움을 딛고 올시즌 신인왕에 오른 서건창, 이들이 만들어가는 스토리가 프로야구 존재 의미를 더하고 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 고난의 시기. 31년 프로야구는 감동의 스토리를 통해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지고 있다. 지상 최고의 감동은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에서 나온다. 그 선봉에 살아있는 감동 스토리, 야구가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