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글러브 시상식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삼성의 귀염둥이 박석민은 야구판에서 소문난 개그의 달인이다.
올시즌 동안에도 그는 몸개그를 연상케 하는 수비 실책 자세와 세리머니로 야구팬들에게 여러차례 웃음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특유의 유머넘치는 말솜씨와 행동으로 프로야구 뒷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취재진으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한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그의 개그는 시상식장이라고 가리지 않았다.
11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벌어진 2012 프로야구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KBO는 올해부터 선수들의 입장 방식을 변경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오디토리움 1층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촬영 포즈를 취한 뒤 3층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1층에 선수 대기실을 별도로 마련한 뒤 정해진 순서에 따라 경호원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 행사장 앞 포토존에 등장하는 순서로 변경했다.
골든 글러브 시상식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KBO 나름대로 비장의 선수입장 방식이었다.
하지만 박석민은 새로 바뀐 '룰'에 적응하지 못했다. 작년까지 1층에 있던 포토존이 보이지 않자 우왕자왕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박석민은 선수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하는 것은 깜빡 잊은 채 자신이 입장할 순서가 아닌 데도 혼자서 무심코 3층까지 올라갔다.
순서가 아닌데도 등장한 박석민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KBO 측에서는 박석민을 저지한 뒤 다시 내려보냈다.
1층으로 복귀한 박석민은 그제서야 '룰'이 바뀐 것을 알았고, 조금 더 기다린 이후 두 번째 시도를 한 끝에 3층 포토존에 무사히 입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날 첫 시상식 순서로 페어플레이상을 받은 박석민은 수상 소감에서 "(저는 이 상을) 정말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유머넘치는 멘트를 날려 초반부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코엑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