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은 다시 한번 재활을 택했다.
지난시즌에도 어깨가 좋지않아 시즌을 마친 뒤부터 힘든 재활을 했던 김광현은 올시즌도 역시 어깨 때문에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고,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지난 4일 미국으로 날아갔다. 앤드류 스포츠의학&정형외과 센터와 시카고 컵스의 팀 닥터인 스테판 그리즐로를 만나 정밀검진을 받은 김광현은 2곳으로부터 왼쪽 어깨 관절 와순 손상으로 수술이 바람직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그러나 김광현은 수술이 아닌 재활을 하길 원했고, 구단에서도 이를 수용했다.
투수는 던지는 사람이다보니 팔꿈치와 어깨를 가장 많이 다친다. 팔꿈치의 경우 주로 인대 손상과 뼛조각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는 수술로 충분히 완치가 가능하다. 10일 LA 다저스와 대형 계약에 성공한 류현진도 고등학교 시절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고, 임창용 배영수 오승환 등 많은 투수들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씩씩하게 돌아왔다. 예전보다 오히려 더 구속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어깨의 경우는 다르다. 예전의 피칭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한때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던 이용훈(롯데)은 2006년 어깨 수술을 받은 뒤 구속이 140㎞대로 떨어졌고, 구위도 떨어져 2군을 오갔다. 지난해 2군에서 퍼펙트게임을 한 뒤 자신감을 찾은 이용훈은 올시즌 8승5패를 거뒀다. 수술을 한 뒤 6년만에 이름값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어깨 수술은 부활이 쉽지 않다고 인식이 돼 있다. 김광현 본인도 양준혁 재단의 자선 경기에서 "수술이 매우 간단하다고 하는데 수술을 받아야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쉬운게 아니다"라며 수술에 대한 두려움을 말한 적이 있다.
SK 성 준 투수코치는 "어깨 수술은 80% 정도는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한다. 그러나 10명 중 2명은 실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조금의 실패율도 투수로선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재활로 가능하다면 재활을 하는것이 어깨에 칼을 대는 것보다는 낫다"고 했다.
김광현이 재활을 원한 것은 그 이유 뿐만은 아니다. 수술을 하지 않고도 좋은 피칭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김광현은 좋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 당시 이만수 감독대행이 에이스라고 하면서 1선발로 내세웠지만 에이스다운 피칭을 하지 못했다. 어깨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껏 던질 수 없었다. 시즌이 끝난 뒤 수술과 재활 중에서 재활을 선택한 김광현은 오랜 재활을 하며 5월에 복귀했으나 아슬아슬했다. 후반기에는 보름이상 투구를 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전성기에 버금가는 피칭을 했다. 분명히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막판 좋아진 컨디션이 수술없이 재활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성 코치는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베스트 피칭은 그 전해와는 달랐다. 김광현 본인이 그런 데서 가능성을 확인했을 수 있다"면서 "광현이의 어깨가 좋지 않은 것은 안타깝지만 본인이 그런 희망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라고 했다.
의학적인 소견은 수술이었다. 김광현이 의학을 이겨내고 에이스로서 다시 우뚝 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