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자는 소속팀 KDB생명뿐 아니라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센터이다.
'리바운드의 여왕'답게 올 시즌 팀이 치른 17경기에 모두 나와 39분 이상씩 뛰면서 경기당 평균 11.12개의 리바운드로 이 부문에서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초에는 국내 남녀농구를 통틀어 초유의 3경기 연속 트리플 더블(3개 부문서 두자릿수 이상 기록)을 달성하며 지난해 정규시즌 MVP로서의 명성을 재확인시키기도 했다.
그런 신정자가 지난 7일 삼성생명전에서 상대팀 가드 이미선과 충돌하며 코뼈가 골절됐다. 일단 내려앉은 왼쪽 코뼈를 맞추는 수술을 했지만, 현재 지혈을 하기 위해 코를 솜으로 틀어막은 상태라 호흡조차 곤란한 상황.
그래서 KDB금융그룹 2012~13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과의 경기를 치르는 10일 춘천호반체육관에는 아예 오지도 않았다. 이미 6연패를 당하고 있던 KDB생명으로선 경기당 리바운드의 3분의 1을 책임지면서 공수에서 전력의 50%를 담당하는 신정자가 빠진데다 1위를 질주중인 우리은행을 만났으니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KDB생명 선수들은 신정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초반부터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전반전에선 18개의 리바운드로 9개의 우리은행에 2배나 앞서며 35-36으로 대등하게 맞섰다. 그러나 역시 승부처에서 에이스의 공백은 메우기 힘들었다.
4쿼터 2분여까지 57-63으로 뒤진 KDB생명은 한채진의 3점포와 애슐리 로빈슨의 연속 골밑슛이 터지며 64-63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21초를 남긴 상황서 우리은행의 티나 톰슨에 골밑슛을 허용, 역전을 당했다. KDB생명에게 남은 확실한 공격 방법은 센터를 활용한 2점포. 마지막 공격에서 골밑을 파고들던 한채진이 로빈슨에 패스를 연결했지만, 이를 예상하고 있던 티나에 뺏겼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신정자가 있었더라면 좀 더 폭넓은 옵션을 가질 수 있었던 KDB생명으로선 땅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이날 65대64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둔 우리은행은 신한은행과의 승차를 1경기로 벌리며 1위를 질주했다. 반면 KDB생명은 7연패에 빠지며 하나외환에 공동 5위를 허용했다.춘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