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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 참패에 잠못 이룬 곽태휘 "축구인생의 첫 감정조절 실패에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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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일본 나고야 간코 호텔에서 만난 곽태휘(31·울산)의 눈은 평소보다 부어 있었다. 간밤에 좀처럼 잠을 청할 수 없었다. 큰 실망감이 밀려들었다. 9일 클럽월드컵 첫 경기에서 북중미 대표 몬테레이(멕시코)에 완패(1대3패)한 것에 대한 분이 풀리지 않았다. 곽태휘는 "우리끼리 약속했던 모든 부분이 안맞았다. 힘 한 번 써보지 못해 더 허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반이 끝난 뒤에도 후배들에게 '우리만의 축구'를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후반 자신의 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후반 중반 이후 연속 실점이 이어졌다. 곽태휘는 자신의 몫을 하지 못해 면목이 없었다. 곽태휘는 "우리가 이런 식으로 해오지 않았다. 그동안 비슷한 팀들도 많이 상대해봤다. 그러나 몬테레이전 때는 처음부터 우왕좌왕했다. 아예 내려서서 막았거나, 수비라인을 올렸어야 했는데 이도저도 아니였던 것 같다"며 자책했다.

아시아가 아닌 세계 무대를 접하는 긴장의 차이 탓이었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곽태휘는 "심한 긴장감은 느끼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이미 경기 종료 휘슬은 울렸다. 패배의 여운을 빨리 걷어내는 것이 상책이다. 곽태휘는 "(경기에서 져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을 것도 있는 법. 곽태휘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했으면 어떠했을까'하는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한다. 이후 경기 중 그 상황에 직면하면 순간이지만 지난 날에 생각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것이 이미지트레이닝이다. 그 생각들이 조금씩 습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축구인생은 다치고 퇴장을 당하면서 점점 성숙해지는 것 같다. 그러나 몬테레이전은 생각 자체를 잘못했다. 프로선수로서, 주장으로서 부끄럽지만, 포기를 했던 것 같다. 경험을 떠올리기 전에 몸이 먼저 짜증났다. 평정심을 잃지 않으면서 동료들을 이끌었어야 했는데…. 축구가 눈에 안들어오더라. 그래서 더 화가 났다"고 고백했다.

감정 조절에 실패한 충격은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 겪어본 일이었다. 곽태휘는 "스스로 감정 조절을 잘하는 편이다. 일부러 흥분된 감정을 표출시키는 것은 동료들의 사기를 위해서다. 그러나 속으로는 감정 조절을 잘한다. 전남 시절부터 주장을 해오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인 것 같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실망은 이르다. 도전은 끝이 아니다. 12일 5~6위전이 남아있다. 공교롭게도 피할 수 없는 한-일전이 성사됐다. 상대는 산프레체 히로시마다. 한-일전은 클럽월드컵에서 처음 벌어지는 광경이다. 일본 J-리그 우승팀이 지난해 대회부터 참가하면서 2년 만에 이뤄졌다. '유종의 미'가 필요해졌다. 곽태휘는 "몬테레이전 패배로 반전의 계기가 제대로 만들어진 것 같다. 일본전이라 정신 무장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또 "이젠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팬들도 있고, 울산의 명예도 달려있다. 한 경기때문에 아시아 챔피언의 이미지가 추락해선 안된다"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곽태휘는 복수를 얘기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선 이런 모습이 안나왔었는데…. 몬테레이와 다시 붙는다면 같은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진한 아쉬움의 발로다.

나고야(일본)=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