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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 장르를 파괴한 복수시트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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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 장도현(이덕화)이 드디어 궁지에 몰렸다. 9일 방송된 주말드라마 '메이퀸' 34회에서, 윤정우(이훈)검사는 과거 도현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전 안기부 요원을 증인으로 내세워 기자회견을 열고, 천해주(한지혜)의 친부 윤학수(선우재덕)를 살해한 천지조선 장도현회장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리고, 죄의 대가를 물으려 했다.

이 사실을 박창희(재희)로부터 전해들은 도현은, 오히려 박기출(김규철)과 전 안기부요원을 빼돌려 반박기자회견을 열었고, 윤정우검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전, 장도현이 호텔에서 정우측 증인으로 나서려 했던 안기부요원을 폭행하고 협박하여 매수한 동영상이 누군가에 의해 방송사측에 전달됐고, 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그리고 그 동영상을 촬영하고 제보한 사람은 강산(김재원)-천해주 커플이었다.

반전에 반전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선 그다지 긴장감이나 통쾌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드라마 '메이퀸'속 모든 악의 근원인 장도현이 무너지기 일보직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히려 출비퀸답게 '출생의 비밀'이 한 커플씩 벗겨질 때보다도, 복수에서 오는 긴장감이나 재미는 쫄깃하지 못했다. 왜 일까.

첫째, 악역 장도현의 포지션에 있다. 장도현은 사실상 팔다리가 잘렸다. 그를 돕는 이들은 보이지 않고 혼자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박창희는 장도현을 돕는 척하면서 가지고 놀고 있다. 장도현의 피를 물려받은 아들 장일문(윤종화)은 초찌질함을 보일 뿐 아니라, 아버지의 뒤통수를 칠 정도다. 장도현 친아들 맞아? DNA유전자 검사가 필요해 보일 정도다. 도현의 딸랑이노릇을 하며, 출비를 위해 해주아버지 천홍철(안내상)까지 살해했던 박기출마저 도현에게 복수하겠다며 설치기 시작했다.

끔찍하게 사랑했던 아내 이금희마저, 장도현의 실체와 악행을 알고서 복수의 칼을 갈고 있다. 이제 장도현주변에 장도현도우미가 없다. 장도현이 빠져 나갈 비상구가 없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마냥 서로가 장도현의 등에 칼에 꽂겠다며 대기표를 받아든 형국이다. 그나마 장도현의 유일한 탈출구를 찾는다면, 아마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남편 박창희의 사랑을 갈구중인 순진한 장인화(손은서)정도랄까.

아무것도 모르는 불쌍하고도 천진난만한 인화를 보면, 아버지 좀 살려 달라며 눈물로 호소할지 모를 인화를 생각하면, 해주도, 금희도, 강산도, 창희도 장도현을 향한 복수의 칼날이 어쩌면 무뎌질 지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회까지 4회를 남겨 둔 드라마 '메이퀸'은 여주인공 천해주보다 서브여주 장인화 '불쌍하게 만들기' 프로젝트에 공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둘째, 복수과정에 몰입을 방해하는 시트콤스런 분위기. '메이퀸'은 참 요상한(?) 드라마다. 통속극 같지 않은 통속극이다. 일종의 장르 파괴를 꾀한다. 복수시트콤이랄까.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가 시트콤에 최적화된 것 마냥 개성이 뚜렷하고 독특하다. 주어진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도 보편성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인물의 특이한 성격을 강조하다보니, 진지하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의도하건 하지 않건 개그코드가 쉽게 녹아든다.

예를 들어, 지난 회에서 강산이 맥가이버가 되거나, 천해주가 17:1에 가까운 맞짱을 떠도 밀리지 않는 액션영화를 찍더니, 이번 34회에선 강산-천해주의 조합으로 영화 '미션임파서블'을 완성했다. 그 와중에서도 틈틈이 애틋한 멜로드라마 '열이납니다'를 보여준다. 모든 장르를 소화하며 자유자재로 변신이 가능한 강산-천해주커플을 보면, 아파서 죽을 듯이는 없고 위기의 상황을 즐긴다는 느낌이랄까. 액션도, 멜로도, 복수도 즐길 줄 아는 건강한 공익광고 커플.

이봉희(김지영)는 어떤가. 장도현의 실체를 알게 된 언니 이금희의 마음고생은 안중에도 없고, 자칫 도현을 수사중인 윤정우가 위험에 처할 수 있음에도,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정우를 덮칠까에만 올인중이다. 연애도 좋지만, 상황을 좀 봐가면서 들이대도 들이대야 납득이 가는데, 뭐가 그렇게 바쁜지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청첩장부터 돌릴 기세다.

장일문을 대하는 이금희(양미경)는 또 어떤가. 스릴러 영화 '올가미'수준이다. 싸이코스런 연기로 아들 일문을 말라죽일 연기를 펼치고 있다. "빛을 두려워하지마."라며 해주에게 따뜻한 모성애로 시청자의 심금을 울리다가도, "왜 독이라도 탔을까봐?"라며 일문에게 착한 계모가 한을 품고 변하면 얼마나 무서운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보여준다. 그러다가도 인화를 보면 눈물을 흘리며 착한 계모로 돌아간다. 호러와 휴먼의 극과 극을 오가며 자식을 대하는 금희의 널뛰기는 행보는, 이해가 가면서도 한편으론 실소를 낳는다.

이렇듯 '출비'의 과정이 복잡하면서도 캐릭터의 개연성에 맞춰 긴장감있게 그려졌다면, '복수'의 과정은 마치 즐기듯이 가볍고 수월하게 그려질 뿐 아니라, 출비를 해소한 주요 등장인물들이 순간순간 변신을 꾀하며 자유자재로 장르를 넘나들다보니, 가볍게 시청할 수 있을 진 몰라도 극의 흡인력,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 '메이퀸'은 복수시트콤으로 기억될까. 전형적인 통속극으로 기억될까. 과연 어떠한 과정, 결말로 강렬한 인상을 남길까. 종영까지 4회를 앞둔 시점에서 한편으론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