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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패스' 찬바람 쌩쌩 분 2013년 K-리그 드래프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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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겠습니다.", "패스하겠습니다."

1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에서 열린 2013년 K-리그 신인선수 선발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1라운드부터 포기가 속출했다. 지난해(468명)보다 17% 증가한 역대 최다인 548명이 드래프트에 지원했지만, 1~6라운드를 통해 선발된 선수는 44명, 번외지명까지 포함하면 고작 112명에 그쳤다. 20%만이 프로행의 벽을 뚫었다. 지난해 25%(117명)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예견된 결과였다. 각 구단들은 뽑을만한 선수들은 대부분 선발한 상황이었다. K-리그 팀들은 유소년팀에서 우선 지명으로 선수를 선발한데 이어 올 시즌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신인 자유계약까지 더해 많게는 6명의 선수까지 이미 확보를 했다. 여기에 안양시민축구단(가칭)과 부천FC가 최근 2부 참가의 혜택으로 얻은 신인선수 우선지명권으로 18명의 선수들을 싹쓸이 하면서 실력있는 신인들 찾기가 더욱 힘들어 졌다. 각 구단들은 드래프트가 시작되기 전 각 라운드별로 한두명의 선수들만 선발하기로 시나리오를 짜놓았다. 찍어놓은 선수들이 먼저 선발되면 지체없이 '패스'를 선언했다. 포항은 아예 단 한명의 선수도 선발하지 않았다. 부담없는 번외지명에 가서야 활기를 띄었다. 번외지명은 연봉 2000만원에 계약기간은 1년뿐이다. 드래프트 과정을 지켜본 대학 관계자들은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많이 뽑히지 않았다며 씁쓸해 했다. 한 관계자는 "2부리그 팀들에 기대를 걸었지만, 예상보다도 더 적은 선수를 뽑았다. 연봉 2000만원인 번외지명만 늘었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인천코레일의 공격수' 이준엽(22)은 2013년 K-리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았다. 1라운드 1순위 선발의 기회를 얻은 강원FC는 지체없이 이준엽을 호명했다. 울산 학성고와 명지대를 거친 이준엽은 올해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인천코레일의 우승을 이끌었다. 김학범 감독과의 인연도 있다. 이준엽은 김 감독이 지난해 중국 슈퍼리그 허난 전예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아시아쿼터로 함께 한 바 있다.

강원에 이어 두번째 낙점기회를 가진 수원은 영남대의 수비수 조철인을, 세번째로 지명에 나선 서울은 '고대앙리'로 불리는 공격수 박희성(고려대)를 뽑았다. 이 밖에 전북은 수비수 권영진(성균관대), 인천은 미드필더 이대명(홍익대), 대전은 골키퍼 박주원(홍익대), 대구는 공격수 한승엽(경기대), 성남은 미드필더 정선호(울산현대미포조선)을 1라운드에서 선발했다.

상주 상무와 경찰청을 제외한 2부리그 6개팀이 참가한 2라운드에서는 총 4명이 지명의 기쁨을 누렸다. 고양Hi FC가 부산교통공사의 골키퍼 이명용을 첫번째로 지목했고, 이후 광주FC가 골키퍼 김지성(용인시청)을 뽑았다. 안양FC는 미드필더 이으뜸(용인대), 충주험멜은 수비수 남대식(건국대)을 선발했다.

포지션별로는 골키퍼가, 대학 보다는 내셔널리그 출신의 선수들이 각광을 받았다. 각 팀 1순위에 호명된 8명의 선수들과 2순위로 지명된 4명의 선수들은 모두 계약금없이 각각 5000만원, 4400만원(이상 세금포함)의 연봉을 받게 된다. 계약 기간은 소속 팀과 협상을 통해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까지 설정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