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기다림 끝에 터진 마수걸이 골이다.
김보경(23·카디프)이 잉글랜드 진출 석달여 만에 첫 득점을 신고했다. 김보경은 8일(한국시각) 이우드파크에서 열린 블랙번 로버스와의 2012~2013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21라운드에서 팀이 3-1로 앞서고 있던 후반 40분 쐐기골을 터뜨렸다. 득점 장면은 완벽했다. 센터서클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가로챈 뒤 문전으로 질주하면서 하이다르 헬거슨과 1대1 패스를 주고 받았다. 페널티지역 내 정면에서 천천히 기회를 엿보던 김보경은 헬거슨이 이어준 패스를 왼발슛으로 그대로 연결하면서 득점을 했다. 김보경은 두 팔을 뻗고 환호하면서 마수걸이 골의 기쁨을 만끽했다. 카디프는 김보경의 골을 보태 4대1 대승을 거뒀다. 승점 44로 챔피언십 1위 자리를 수성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대한 희망을 더욱 높였다. 카디프 지역지인 웨일즈온라인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면서 평점 9를 부여했다.
지난 8월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카디프로 이적한 김보경은 한동안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런던올림픽을 마친 직후여서 휴식이 필요하다는게 말키 맥케이 카디프 감독의 판단이었다. 그러면서도 맥케이 감독은 "김보경이 머지 않아 크레이그 벨라미의 대체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신뢰감을 드러냈다. 김보경은 주전경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차분하게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면서 서서히 경기 감각을 끌어올린 김보경은 최근 6경기 중 5차례를 선발로 뛰면서 주전 입지를 어느 정도 굳힌 모습이다. 블랙번전 득점을 계기로 맥케이 감독의 김보경에 대한 신뢰감은 더욱 단단해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김보경이 더욱 안정적으로 경기 감각을 유지하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A대표팀 입장에서도 김보경의 득점 소식은 반가울 만하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김보경과 이청용(24·볼턴)이 주춤하면서 측면 공격 전개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이청용이 최근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소식이 무섭게 김보경마저 주전 자리를 잡고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이들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후반기 일정이 진행될 2013년까지 지금과 같은 활약을 유지한다면 고민의 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아직 모든 것을 다 갖춘 것은 아니다. 영국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는 평점 7을 부여하면서도 '조금 더 침착해질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도전자의 낮은 자세로 꾸준히 경험을 늘려가야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갖고 있는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