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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에 부는 칼바람…경쟁력 높이려다 시청자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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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이 칼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 5일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에 폐지 결정이 내려진 데 이어 7일엔 토크쇼 '놀러와'마저 사측의 철퇴를 맞았다. 시청률 부진이 그 이유다.

'놀러와'는 2004년 5월 시작한 9년차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다. 포맷 변화나 MC 교체 없이 유지된 프로그램 중엔 KBS1 '전국노래자랑'에 이어 두번째로 오래됐다. 지난 8월엔 400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MBC는 지난 7일 '놀러와'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폐지를 통보했다. MBC 원만식 예능본부장은 "이번 주 초에 '놀러와' 폐지에 대해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며 "시청률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그간 폐지 논의가 계속 있어왔다"고 말했다.

내년 3월까지 방송될 예정이었던 '엄마가 뭐길래'도 시트콤 폐지로 인해 3개월 만에 조기종영을 하게 됐다. 10월 초 방송 첫 주부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생중계로 결방되더니 11월엔 '뉴스데스크'의 8시 편성 때문에 1시간짜리 월화시트콤으로 변경되는 등 방송 기간 내내 갖가지 외환에 시달렸다. 초반부터 제대로 시청률 경쟁을 해볼 수도 없는 악조건에 내몰렸던 셈이다.

두 프로그램은 후속 녹화 없이 기존 녹화분으로 방송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최근 새 코너를 선보이며 재도약을 노렸던 '놀러와'는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하게 됐고, '엄마가 뭐길래'는 작별 인사는커녕 이야기의 결말도 짓지 못하게 됐다. '놀러와'의 한영롱 PD는 트위터에 "그래도 힘냈어야 하는데 자꾸 오락가락 어지러워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미안하고, 면목없고…"라는 글을 남기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두 프로그램의 폐지에 시청자들 또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MBC를 비난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고, 9일 현재 포털사이드 다음 아고라에서는 폐지 반대 서명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결정이 예능본부가 아닌 아닌 MBC 최고위층의 일방적 지시에 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더 큰 후폭풍이 일고 있다. 시청자들은 '시청률 지상주의'를 성토하면서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은 MBC의 일방통행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두 프로그램의 폐지만 결정됐을 뿐 아직 후속작조차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내세워 '해보고 아님 죽이고' 식의 가혹한 편성 정책이 오히려 MBC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MBC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간 프로그램이 한둘이 아니다. 목요일 심야 시간대엔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 폐지 이후 '주얼리 하우스' '정글러브' '블랙박스' '신동엽의 게스트 하우스' '님과 함께' '명사십리' 등 무수한 프로그램들이 파일럿 편성됐다가 자리를 못 잡고 조용히 사라졌다. '일밤'에서도 '룰루랄라' '남심여심' '꿈엔들' '승부의 신' 등의 코너가 단명했다. 170일간 이어진 파업의 여파도 있었지만 신규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하는 MBC의 조급증도 한몫했다.

과거 '무한도전'도 '무모한 도전'이던 시절엔 3~4%대 시청률로 폐지 위기를 겪었다. 지금은 10% 안팎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황금어장-라디오스타'도 초반엔 형제 코너 '무릎팍도사'에 밀려 5분만 방송되는 굴욕을 수시로 겪었고 "다음주에 또 만나요, 제발"이라는 간절한 인사말로 마무리하곤 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한때 포맷의 정체로 시청률이 크게 하락했지만 최근 컨셉트 전환을 통해 다시 사랑받고 있고, 지난 시즌 내내 '짝퉁'이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위대한 탄생'도 시즌3에선 오디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지금같은 분위기였다면 아마 사측의 철퇴를 맞아도 여러 번 맞았을 프로그램들이다.

김재철 사장은 최근 창사 기념식에서 "내년 밤 9시대 시청률 1위 달성을 위해 올해 12월이 중요하다"며 "버릴 것은 버리고 갈아 끼울 것은 끼우고 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놀러와'와 '엄마가 뭐길래'의 폐지가 부른 후폭풍에서 보듯 MBC의 1등 지상주의가 오히려 시청자들을 MBC에서 떠나가게 만들고 있다.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버리고 갈아 끼운들 1등이 될 수 있을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