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가 연결고리였다.
화제의 꽃이 넘쳤다. 말의 풍념이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최용수 FC서울 감독 16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시내체육관에서 벌어지는 '하나은행과 함께하는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2'에서 '희망팀'과 '사랑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 홍명보자선경기는 런던올림픽 '홍명보호'의 주역들과 K-리그 올스타 선수들이 맞닥뜨린다.
홍 감독과 최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둘다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홍 감독은 올림픽에서 기적을 연출했고, 최 감독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K-리그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10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는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희망팀에서는 홍 감독과 김영권(광저우) 박종우(부산) 구자명(가수·초청선수), 사랑팀에서는 최 감독과 안정환 K-리그 홍보팀장, 김병지(경남) 하대성(서울)이 참석했다.
홍 감독과 최 감독의 입심대결이 하이라이트였다. 홍 감독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풋살의 묘미를 살려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 것이다. 최 감독을 모신 이유가 따로 있다. 최 감독이 지난해 보인 경기력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다. 선수로 나서면 또 K-리그 올스타전처럼 도발할까봐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감독으로 모셨다"며 미소를 지었다. 옆에 앉은 최 감독은 "난 내 경기력에 만족했다"고 반박한 후 "우리 팀이 큰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다. 올림픽팀이 역사에 남을 쾌거를 이룩했다. 상대 팀의 멤버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축제의 분위기인데 이겨야 될지 고민스럽다. 승부를 걸면 수비 축구도 할 수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최 감독은 K-리그 올스타전에선 '뱃살텔리', 우승 시상식장에서는 실제 말에 올라타 '말춤' 세리머니로 화제가 됐다. 자선경기 세리머니에 대해선 "실내체육관이어서 헬리콥터에서 낙하산 타고 내려오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며칠 더 고민하겠다"며 천역덕스럽게 얘기했다.
세리머니 하면 빠지지 않는 인물이 더 있다. 박종우다. 홍 감독은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는 안할 것 같다"고 했고, 최 감독은 "한 번 더했다가 큰일난다"며 웃었다. 박종우는 "독도 세리머니 해프닝이 끝나가는데…"라며 "세리머니를 굳이 해야된다면 최 감독님처럼 웃통을 까고 싶은 마음이다. 흔히 나오는 것 말고 색다른 멋진 세리머니를 기대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최 감독이 "그것만은 제발…, 그 이후로 상당히 힘들었다"고 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 감독과 김병지의 신경전도 있었다. 현역의 김병지는 최 감독보다 한 살 많다. 김병지가 "내가 하는 축구는 쇼맨십이 아니다. 그런 오해를 안했으면 좋겠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할 뿐이다. 최 감독이 어떤 주문을 하든 간에 재밌는 축구를 할 계획"이라고 하자 최 감독은 "포지션 파괴는 기본적으로 가져 갈 생각이다. 김병지 선수는 선발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안정환 팀장도 상당이 걱정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안정환은 "최 감독님의 세리머니를 어떻게 내가 이길 수 있겠나. 더 이상의 세리머니는 안 나온다. 즐거움 선사하는 보조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17세 이하 청소년대표 출신인 구자명은 부상으로 축구를 접었다. 그는 "여기에 앉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홍 감독님께서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운동을 관둔지 꽤 됐다. 몸이 안좋지만 일요일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며 웃었다.
10주년을 맞은 홍명보자선경기는 어느 해보다 풍성한 흥미로 채워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