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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영입으로 '선발왕국' 구축 다저스, 예상 로테이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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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등에 날개가 돋아난 격이다. 푸른 용의 그림에 마지막 눈동자가 찍혔다.

메이저리그 LA다저스가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 류현진을 영입하며 마침내 '선발 왕국'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선발진만 해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에 조시 베켓, 채드 빌링슬리, 애런 하랑, 크리스 카푸아노, 테드 릴리 등 6명이나 되는데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강력한 두 명의 선발을 더 얻었다. FA 최대어인 우완 에이스 잭 그레인키를 데려온데 이어 류현진까지 품에 안았다.

10승급 선발만 8명이다. 교통정리가 필요할 정도로 명실상부한 메이저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구축한 상태다. 다저스는 올해 팀 평균자책점 3위(3.34)에 선발진 퀄리티스타트 6위(93회),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8위(1.25)를 기록했을 정도로 투수력이 좋은 팀이다. 그런데 두 명의 FA 영입으로 투수력이 훨씬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LA다저스 자체로서도 고무적인 일이지만, 대략 3~4선발로 예상되는 류현진에게도 호재다. 강력한 선발진 속에 있으면서 류현진이 상대적으로 얻게되는 이득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동료와 좋은 팀 성적은 낯선 무대에서 연착륙하기 좋은 조건이다. 미리보는 2013 다저스 선발로테이션을 통해 예상위력과 류현진에게 돌아오는 플러스 요인을 살펴보자.

▶제1선발:클레이튼 커쇼(좌완, 2012년 14승9패 평균자책점 2.53)

이제 만 24세 밖에 안된 커쇼는 명실상부한 LA다저스의 에이스다. 2006년 1라운드 7번째 지명으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커쇼는 2008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붙박이 선발로 나서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선발 3년차인 2010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13승)를 따내더니 올해까지 3년 연속 시즌 13승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21승(5패)을 거두며 사이영 상을 받기도 했다. 젊은 나이에 별다른 부상도 없어 내년에도 변함없이 1선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1살 차이인 류현진과는 같은 좌완투수라 은근한 자존심 대결도 기대된다.

▶제2선발:잭 그레인키(우완, 2012년 15승5패 평균자책점 3.48)

그레인키는 사실상 다저스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류현진보다 더 영입에 공을 들인 선수다. 그레인키 역시 커쇼와 마찬가지로 드래프트 1라운드로 뽑힌 최고의 유망주 출신이다. 2002년 1라운드 6번 픽으로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었다가 2011년 밀워키를 거쳐 올해 시즌 중반 LA에인절스로 이적했다. 빼어난 성적으로 인해 그를 원하는 구단이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저스도 7년간 총액 1억47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제시하고서야 그를 데려올 수 있었다.

경력이나 몸값으로는 당장 1선발 자리를 차지해도 이상할 것 없는 에이스급 선발이다. 그러나 일단은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차원에서 2선발 역할을 하며 '원투펀치'로 젊은 커쇼의 뒤를 받칠 전망이다. 왼손선발에 이은 오른손 선발로 원투펀치의 구도 역시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3~5선발:조시 베켓(우완, 2012년 7승14패 평균자책점 4.65), 채드 빌링슬리(우완, 2012년 10승9패 평균자책점 3. 55) 그리고 류현진

LA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이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고민할 부분이다. 3~5선발의 구도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져가느냐를 두고 여러 방안을 고심할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행복한 고민'이다. 없는 자원을 짜내어 구도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남아도는 인력을 가지고 최적의 효율성을 구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내년 연봉이 일반적인 메이저리그 3선발 급에 해당한다고 해서 류현진이 당장 '2013년 LA다저스 3선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능성을 믿고 거액을 주긴 했지만, 다저스에는 이미 검증된 베테랑 선발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미 총액 6173만 달러를 투자해 영입한 선발투수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메이저리그 구단의 특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류현진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나오는 기량에 따라 3~5선발 사이에서 탄력적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다저스의 선발로스터를 살펴볼 때 류현진은 베켓, 빌링슬리와 함께 3~5선발진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유력한 3선발 후보는 보스턴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올시즌 막판 다저스로 이적한 베켓이다. 경험면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로테이션의 맏형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투수이기도 하다.

올해 10승을 거둔 빌링슬리는 다저스가 2003년 1라운드에서 24번째로 뽑은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6년 빅리그로 승격한 뒤 2007년부터 올해까지 6시즌 연속 10승 이상씩 따낼 만큼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빌링슬리는 시즌 중 팔꿈치 부상을 당해 8월 25일 마이애미전 이후 휴식을 취했다. 부상 회복 여부가 선발진 복귀 여부의 가장 큰 변수가 되는 상황. 다행히 재활이 상당히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내년에 문제없이 던질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최근 나왔다. 하지만 부상의 경험 때문에 5선발 쪽에서 여유를 가지고 경기에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다저스의 3~5번 선발은 '베켓-류현진-빌링슬리'의 구도가 유력해 보인다. 그러면 앞선 원투펀치와 더불어 투구 스타일도 '우-좌-우-좌-우'로 다채로워질 수 있다.

▶하랑, 카푸아노, 릴리의 운명은?

이런 식으로 다저스의 5명 선발진이 정해진다면 남은 3명의 선발요원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마냥 대기를 시키기에는 엔트리가 아깝다. 적절한 활용법이 필요하다. 일단 다저스는 하랑(34)과 카푸아노(34)는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는 2013연봉이 700만 달러와 600만 달러로 경쟁력이 있는데다 30대 중반이긴 해도 안정적인 선발 활용이 가능한 베테랑 들이다. 더구나 이들을 다른 팀으로 보내면 다저스는 샐러리 총액도 다소 낮출 수 있고, 막강해진 투수력에 걸맞는 야수를 영입할 여력도 생긴다.

반면 릴리(36)는 그대로 보유할 가능성이 크다. 연봉이 1200만 달러나 돼 트레이드가 쉽지 않은 데다 어깨 수술에서만 회복되면 롱릴리프나 6선발의 스윙맨 역할을 충분히 맡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만약 빌링슬리나 류현진이 부진할 경우 릴리가 그 빈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크다. 좌완이라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릴리 대신 카푸아노를 잔류시킬 가능성도 있다. 릴리보다 2살이 적어 활용가치가 좀 더 있다고 판단하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릴리의 트레이드르 추진할 수도 있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