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진 연봉 합계 6000만달러. 새로운 '선발 왕국' LA다저스에서 류현진은 몇 선발을 맡게 될까.
LA다저스가 잭 그레인키와 류현진으로 선발투수 보강을 마쳤다. 9일(이하 한국시각) 이번 FA(자유계약선수)시장의 최대어인 잭 그레인키와 6년간 총액 1억4700만달러에 계약한 데 이어 10일에는 류현진과 협상 마감시한 30초를 남기고 6년간 3600만달러에 사인했다. 이틀 동안 쓴 돈만 무려 약 2억870만달러(류현진의 포스팅 비용 약 2570만달러 포함)에 이른다.
다저스의 비시즌 우선 목표는 바로 선발투수 보강이었다. 타선의 경우 이미 강타자들이 즐비하다. 기존의 간판스타인 맷 켐프와 안드레 이디어에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헨리 라미레즈와 애드리안 곤잘레스를 데려왔다. 마운드 보강만 이뤄진다면, 25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려볼 만한 호화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일단 LA다저스의 1선발은 클레이튼 커쇼(24)다. 영건 커쇼는 지난해 21승을 올리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리그 최고의 좌완투수. 올시즌엔 14승9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했다. 승운이 부족했지만,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를 정도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지난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그레인키(29)를 데려와 좌-우 원투펀치를 맞췄다. 그레인키의 올시즌 성적은 15승5패 평균자책점 3.48. 밀워키에서 뛰던 시즌 초반만 해도 다시 한 번 사이영상 페이스를 보이기도 했다. 두 명의 사이영상 수상자를 보유한 것만 해도 리그 최정상급 선발진으로 분류될 수 있다.
한편, 커쇼에 비해 그레인키는 불안한 카드라는 평가도 있다. 나이가 어린 커쇼는 빅마켓 구단인 다저스에서 데뷔해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반대로 그레인키는 그동안 팀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캔자스시티와 밀워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LA에인절스로 시즌 중반 트레이드됐지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다저스 생활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과거 공황장애로 1년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난 전력도 있다. 심리적 부담감을 이겨내는 게 과제다.
3,4,5선발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류현진(25)은 시즌 도중 보스턴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은 조시 베켓(32)과 다저스의 프랜차이즈인 채드 빌링슬리(28)와 경쟁을 펼친다. 베켓은 홀수해에만 강하다는 징크스가 있는 걸로 유명하다. 팔꿈치 통증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한 빌링슬리는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해 내년 시즌 부활을 노린다.
일단 현지에선 베켓-빌링슬리-류현진 혹은 류현진-빌링슬리-베켓의 순서로 로테이션을 꾸릴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류현진이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의 말대로 '3선발급'에 해당할지 두고 볼 일이다.
연봉만으로 놓고 보면 1575만달러를 받는 베켓이 3선발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꾸준함'이 담보돼지 않아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다. 또한 빌링슬리는 '건강'이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류현진이 3선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여기에 베테랑 선발투수들도 3명이나 남아있다. 다저스는 테드 릴리(36)와 애런 하랑(34), 크리스 카푸아노(34) 중 2명을 트레이드 카드로 쓰겠단 생각이다. 어깨 부상에 1500만달러로 고액 연봉자인 릴리보다는 상대적으로 몸값이 저렴한 하랑(700만달러) 카푸아노(600만달러)가 유력한 상황이다.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포스팅 비용까지 거액을 지출한 것을 감안하면, 선발진 진입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자칫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라도 한다면, 나머지 선발투수 중 한 명이 치고 올라올 가능성도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