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성남 캡틴' 김성환의 결혼식, '영원한 캡틴' 신태용 감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황재원 남궁웅 박진포 윤영선 임종은 전성찬 윤빛가람 홍 철 전현철 이현호 하강진 김평래 심재명 등 성남선수들 대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도 주말밤 들려온 '감독선생님'의 사임 소식에 밤잠을 설쳤다. 신 감독 이야기를 꺼내자 저마다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신 감독은 전날 '애제자' 김성환에게 전화로 축하인사를 건넸다. 캡틴 완장까지 직접 건네며 예뻐하던 제자다. 결혼식 당일 샤워를 하고 외출준비까지 마쳤건만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한분도 안오셨어요"라고 말하는 성남 선수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신 감독은 2009년 부임 이후 내핍한 구단 형편속에 가능성 충만한 어린 선수들로 알찬 스쿼드를 꾸려왔다. 프로 첫해부터 믿고 쓴 홍 철, 박진포, 전성찬 등은 감독의 헌신적인 가르침과 아낌없는 신뢰속에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K-리그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에이스로 거듭났다. 그렇게 성장한 '신태용의 아이들'은 그래서 아픔이 더 크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을 아껴주고 믿어준 신 감독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하고 있다. '뭐라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내겐 그저 최고의 감독님이고, 아직도 함께 같이 있는 분같은데'(홍 철) '2년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보살펴주신 은혜 절대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저한테는 최고의 선생님이십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박진포)라며 스승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죄송한 마음에 차마 전화도 못 드리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
신 감독은 제자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게, 그 나쁜 놈들 때문에…"라며 특유의 농담을 던졌다. "홀가분하다. 막상 던져놓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며 웃었다. 11월 말까지만 해도 다음 시즌 비상을 꿈꿨다.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 끝간데 없는 추락 속에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바닥을 치고 다시 날아올라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내년 시즌 동계훈련 장소를 일본으로 정했고, J-리그 1위팀 히로시마 등 강팀들과 연습경기 스케줄을 잡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지휘봉을 놓는 마지막 순간까지 프로로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예기치 못한 참혹한 패배가 신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고민이 깊어졌다. 측근들에게 고뇌를 드러냈다. 고위층에게 "책임지겠다"는 뜻도 전달했지만 반려됐다.
신 감독은 지난달 28일 강원전 이후 열흘 가까이 거취를 원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7일 직접 사표를 제출했다. 일단 결정한 후에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사람은 떠날 때 뒷모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을 재차 밝혔다. "또다른 시작을 위해서도, 팀을 위해서도, 책임지고 쿨하게 물러나는 모습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12월중 가족들과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후 차분히 미래를 준비할 생각이다. "프리미어리그 하반기인 내년 3~5월에 영국에 갈 생각이다. P코스 지도자 수업도 계속 받아야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다음에 만날 땐 꼭 우승하자"며 미래를 향한 희망찬 약속도 잊지 않았다. 길이 끝난 곳에서 길이 시작된다. 팬들은 '유쾌한 용장' 신태용의 '감독 시즌2'를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