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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200점 돌파' 일등공신은 예술성, 체력은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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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새벽(한국시각) 독일 도르트문트의 아이스스포르트젠트룸. 광고판에는 온통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가 새겨져 있었다. 관중석에도 한국인들이 많았다.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태극기가 천장으로 향했다. 아이스링크 위에는 시상대가 있었다. 가장 높은 단상에는 그녀가 서 있었다. '피겨여제' 김연아였다.

김연아가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날 열린 2012년 NRW트로피 시니어 여자 싱글 프리프로그램에서 129.34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72.27점을 얻은한 김연아는 합계 201.61점을 기록했다. 김연아는 올시즌 처음으로 200점을 넘긴 선수로 기록되게 됐다. 김연아 개인으로는 통산 4번째 200점 돌파다.

외신들도 김연아의 연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이그재미너는 9일 '김연아가 무결점은 아니었지만 눈부신 프리스케이팅을 보여주었다. 올 시즌 유일하게 200점을 넘어선 여자 선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AP통신도 '김연아는 환상적인 연기로 아주 작은 실수도 잊어버리게 했다'고 보도했다.

200점 돌파의 일등공신은 프로그램 구성점수(PCS·Program Component Score)였다. 예술 점수라고도 불리는 PCS는 ▶스케이팅 기술 ▶트랜지션 ▶퍼포먼스 ▶안무(컴포지션) ▶음악해석 등의 5개 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심판들은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각 부문별 점수를 매긴다. 만점은 없지만, 보통 8.5점이면 최상의 연기, 8.0점 이상이면 뛰어난 연기로 평가한다.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나머지 점수 평균을 낸 뒤 가중치를 곱한다. 쇼트프로그램은 0.8, 프리스케이팅은 1.6이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PCS로 69.52점을 받았다. 각 부문별 평균점은 8.3~8.8 사이였다. 최상의 연기라는 뜻이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프리스케이팅 당시 받았던 PCS 71.76점에 육박했다. 그만큼 김연아의 예술성은 여전히 빛났다.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 뿐만 아니라 김연아 스타일로 재해석한다. 음악에 맞는 안무로 예술성을 극대화했다.

김연아는 압도적인 예술성을 바탕으로 내년 3월 캐나다 오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2013년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정상 등극을 노린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할 점들이 있다. 일단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9명의 심판이 판정을 내린다. 6명의 판정을 내린 NRW트로피보다 심판간 점수 편차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심판의 성향도 제각각이다. 심판들은 단순히 스케이팅 그 자체만 보지 않는다. 선수의 명성이나 나라, 여러가지 경기 외적 상황들에 영향을 받는다. 김연아에게 악조건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기술 요소 점수(TES·Total Element Score)를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이날 김연아는 TES로 60.82점을 받았다. 밴쿠버 당시 78.30점보다 많이 낮다. 체력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프리스케이팅 때 경기 시간의 절반이 지나고 나서 뛰어오른 두 번의 점프에서 실수했다.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모두 1회전으로 처리했다. 이어진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는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도 1분25초 이후 뛴 더블 악셀은 경기 초반의 두 번의 고난도 점프보다 약간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실수없이 완벽하게 처리했다면 더욱 더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스핀도 보완해야 한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시도한 세 번의 스핀 모두 레벨 3을 받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한 차례 최고 레벨인 4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시도한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는 레벨 1에 그쳤다.

아직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인만큼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세계선수권대회까지는 3개월이 남아있다. 드러난 문제점을 고칠 시간은 충분하다. NRW트로피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한 김연아는 곧바로 귀국한다. 내년 1월 종합선수권대회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