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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팀 만날수록 빛이 나는 구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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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제주 감독은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있다. "(구)자철이는 데리고 있지 않으면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 몰라요."

경기력만으로 구자철의 장점을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박 감독은 제주에서 구자철과 한시즌 동안 함께 했다. 둘이 함께 한 2010년 제주는 준우승의 영광을 맛봤다. 박 감독은 "단순히 기술, 패스, 슈팅만으로는 평가를 내리면 구자철보다 좋은 선수는 많다. 그러나 성격적인 부분까지 종합한다면 단연 최고 수준이다"고 했다. 박 감독은 그 중에서도 구자철의 집중력과 투지를 높이 평가했다. 강팀을 상대로 더욱 빛이나는 선수라는 것이다.

'최강'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구자철의 이런 장점은 유감없이 드러났다. 구자철은 8일(한국시각)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SGL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2012~20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6라운드 경기에서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구자철은 바이에른 뮌헨의 막강 미드필드진을 맞아 고군분투했다. 위축되는 모습이 전혀 없었다. 토니 크로스, 프랑크 리베리, 하비 마르티네스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구자철은 눈에 띄었다. 아우크스부르크가 공세에 나서는 순간마다 어김없이 구자철이 있었다.

구자철은 경기 초반부터 돋보였다. 전반 4분 구자철은 토비아스 베르너에게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연결, 득점 직전의 상황을 연출했다. 베르너는 구자철의 패스를 받고 결정적 기회를 얻었으나, 상대 수비수 단테가 몸을 날려 막는 바람에 아쉽게도 슈팅을 하지 못했다. 찬스시에는 과감한 슈팅을 날렸다. 구자철은 전반 34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상대 수비 한 명을 제친 뒤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으나 공은 골문 위를 벗어났다. 2분 뒤에는 더욱 날카로운 찬스를 잡았다. 혼전 중 공이 후방으로 흐르자, 재빨리 쇄도하며 강력한 슈팅을 때린 것이다. 슈팅은 수비를 맞고 코너킥이 됐으나,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화들짝 놀라 몸을 날렸을 정도로 슈팅 궤도가 날카로웠다. 수비 지원에서도 훌륭했다. 전반 9분 상대의 패스를 가로챈 것을 시작으로 구자철은 수차례 바이에른 뮌헨의 맥을 끊었다. 끊어낸 볼을 역습으로 시도했지만 동료들이 받쳐주지 못했다.

그러나 구자철의 활약만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스타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39분 선제골을 기록했다. 불규칙 바운드된 볼이 수비수 산코의 왼쪽 팔에 맞아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키커 뮐러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후반들어 바이에른 뮌헨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부상에서 복귀한 '에이스' 고메스가 교체 투입된 지 2분 만에 추가골을 기록하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후반 17분 중원에서 2대1 패스를 받은 고메스가 문전으로 침투했고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만회골을 위해 공세이 나섰지만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바이에른 뮌헨의 2대0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바이에른은 13승2무1패(승점 41)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단독 선두를 달렸다. 반면, 아우크스부르크는 9경기 연속 무승(3무6패)의 수렁에 빠지며 승점 8점에 머물렀다. 1승5무10패로 강등권 탈출에 실패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계속된 부진은 우려가 되지만, 강팀을 상대로도 제 몫을 한 구자철의 모습만큼은 만족스럽다. 점점 더 분데스리가 정상급 미드필더로 다가서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